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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 치과의사문인회](시)설씨(舌氏) 이야기/이영혜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딱딱하다는 이(齒)씨들 한 가운데 가장 약하고 부드러운 설(舌)씨가 살고 있다.

 

음습한 좁은 공간에서 살면서 이씨들에게 부대껴 옆구리에 피멍이 들기도 하고 시도 때도 없이 쏟아 붓는 오물들 치우랴 하루도 편히 쉰 날이 없지만 그 안에서 몸 비비며 살다보니 이제 제법 처신술도 늘었다. 이씨들이 노동한 대가를 공짜로 음미하는 것도 결국은 설씨의 몫. 게다가 그들은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설씨를 보호해주고 있지 않은가.

 

그래도 그들에게 당한 恨이 맺혀 있는 설씨는 한 번 씩 그들을 골려주기도 한다. 이씨들이 쇠약해진 틈을 타서 슬며시 그들을 밀어 붙이면 견고하던 대오에 구멍이 뚫리고 업무에 지장이 생겨 한동안 고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때로는 세 치 몸으로 만들어내는 간사한 소리로 그들에게 크나 큰 충격이 돌아오게도 한다.

 

너희 이씨들, 죽어서도 최후까지 썩지 않는 강인함을 자랑한다지만, 우리 설씨는 생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너희처럼 먼저 낙오되는 자 없이 면면히 제 자리를 지켜 왔노라 .

 

이제 제발 화상이나 타박상 좀 입히지 말고 쾌적한 환경에서 편안히 좀 살게 해달라고 설씨는 요새 침묵시위 중이다.

 

이 영 혜

·시인, ‘서울문학’등단
·해피스마일 치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