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하게 다듬어진 밥그릇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내 기억들
젖었던 꿈을 헹구어 내는 일이
새벽에 내가 챙겨야 할 목숨의 몫이었다
그 안과 내 속에 있는 공간이
오래 비어있으면 서글픔으로 가득해지고
정갈한 것들만 잘도 빨려들어
나도 깨끔한 그릇이고 싶었다
어쩌다 그를 멀리함은 나의 종말일지니
배고픈 짐승처럼 허덕이다가
허리끈 조이며 큰 산 하나를 넘고
심해도 건널 불을 당기는 짓도 하겠지
그늘진 곳에서 온전한 나이를 채워
외로움을 털고 밖으로 나서면
순금빛 문화를 가득 채울 그릇으로
아스라한 생명, 그 빛이 될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