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영 훈
·시인 ‘월간문학’등단
·김영훈 치과의원
추위에 조이던 나무들
헐벗은 가지마다 봄기운 감돌면
잎눈 아직은 감고 있는데
꽃눈 먼저 떠 봄을 재촉한다
바람의 꼬리는 여직 남아
엷은 옷깃을 파고드는데
여린 듯 맵짠 꽃봉오리들
개화의 황홀한 눈길을 준다
찬 세월 굳게 잠긴 문
티끌의 여백까지 닦아내어
창밖 봄날을 바라보며
벌 나비처럼 살라 하는가
흰 거즈로 피어나서
한 점의 비굴과 나약을 씻고
가슴 속 피멍까지 지워 내며
꽃잎은 핏빛으로 흩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