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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 치과의사문인회](수필)술병 속에서 부활을 꿈꾸는 태즈매니아의 호랑이 (상)/김영진

지금부터 125년 전인 1880년경에 집 부근을 산책 중이던 한 노인이 아직 털도 나지 않은 채 어미의 육아낭속에서 막 기어 나온 손가락만한 태즈매니아 호랑이 새끼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는 이 새끼를 주워 집으로 가져갔지만 너무나 작아 키울 방법이 없었다. 궁리 끝에 그냥 산 채로 위스키가 가득 찬 술병 속에 집어 넣어버렸다. 태즈매니아 호랑이 새끼는 캥거루처럼 육아낭속에서 어미의 젖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당시에도 채집하기가 극히 어려웠다.


그래서 이 노인의 집안에서는 희귀한 기념품정도로만 생각하고 그 위스키 병을 대대로 보존해 왔다. 해서 이 술병속의 태즈매니아 호랑이 새끼가 전혀 손상되지 않은 DNA를 간직한 지구상의 유일한 표본으로 남았다.


돌이켜보면 천금과도 같은 이 표본이 만들어 진 후 1세기하고도 4반세기가 넘는 세월이 흘러갔다. 이제 태즈매니아 호랑이를 복제할 수 있는 과학적 기술은 확보되었지만 어떤 동물이 가장 가까운 친척인지 판별이 이루어져야만 그 동물의 난자에 태즈매니아 호랑이의 DNA를 주입하여 배양하는 복제과정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지구상의 마지막 태즈매니아 호랑이는 1933년에 잡혔던 녀석으로 포획된 후 3년간 호버트 동물원의 철창 속에서 더 연명하다가 1936년에 죽었다. 그렇게 멸종된 이 동물의 존재는 70여년이 지나는 동안 인간의 뇌리에서 서서히 잊혀져 갔다.


호주 동남쪽에 위치한 면적 6만8000 평방킬로미터의 태즈매니아 섬은 실로 처연한 슬픔을 간직한 곳이다. 경상남북도와 전라남북도를 합친 것보다 더 큰 이 섬은, 현재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주로서 47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으며 주 수도는 호버트다.


태즈매니아 섬을 중심으로 킹 섬과 프린더스 섬, 퍼노 제도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강수량이 많아 수력자원이 풍부하고 고원지대를 제외하면 산림면적이 전 면적의 40%가 넘는 옥토지역이다. 1642년 처음으로 발견된 후 1803년 영국령으로 편입되었으며 그때부터 죄수들의 유형식민지로 활용하였다.


당시 이 섬에는 태즈매니아어를 사용하는 태즈매니아 족(태즈매니안)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과는 달리 검은 피부에 짧은 두상, 고수머리, 넓은 코, 두툼한 입술, 무성한 턱수염을 가졌으며 키는 160cm정도로 작은 편이었다. 5000명이 넘는 인구가 10여개의 부족으로 나뉘어 각자 일정한 영역에서 평화롭게 살았다. 캥거루 가죽을 걸치고 바람막이 오두막에서 생활하면서 석기와 나무로 만든 창이나 곤봉 등을 사용하여 짐승들을 수렵하고 농작물을 거두면서 여름에는 내륙에서, 겨울에는 따뜻한 해안가로 나와 사는 이동생활을 했다. 유형식민지로 지정되면서 죄수들이 들어오자 그들은 이방인들에게 친절하고도 매우 협조적이었다. 죄라는 것을 모르는 원주민들은 죄수를 구별할 필요도, 구별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영국정부 측에서 보면 죄수들에게 고통을 주기위해 선택한 절해고도 유형지의 방해자들일 뿐이었다. 무자비하고도 가차 없는 살육이 시작되었지만 순박한 원주민들은 자기들이 죽어가는 이유도 몰랐다. 1835년에는 고원지대로 숨어든 원주민들조차 겨우 200명 정도만 살아남아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원주민 절멸정책은 계속되었고 1876년에 인근 프린더스 섬으로 도피했던 최후의 태즈매니아 원주민 여성이 사망함으로써 태즈매니안과 태즈매니아 어는 그렇게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척박한 고원지대의 풍토와 본토로부터 멀리 떨어진 이 섬의 특성 때문에 주머니고양이류인 ‘태즈매니아데빌’을 비롯한 진기한 동식물들이 풍부하지만 유달리 관심을 끄는 것은 신비로운 ‘태즈매니아 호랑이’의 모습이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