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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답사기행(41)]파릇파릇 초록물결 온몸을 ‘녹’ 이네 보성 녹차밭·쌍봉사

2열종대로 쭉쭉 뻗은 삼나무
구불구불 열 맞춘 녹차밭이랑
도심속 스트레스 절로 싸~악


손때 안탄 쌍봉사 고찰 면모 물씬
아담함·고풍 조화 답사꾼 매료
한국 으뜸 ‘철감선사 부도’ 감상도

 

보성은 전라남도에서도 남쪽 바다를 면하고 있는 먼 고장이다. 4월이 깊어가고 5월이 다가오면서 세상은 신록으로 아름답게 변하기 시작하는데 보성의 차밭도 예외는 아니어서 갓 돋아난 연한 차잎에서 봄의 향기가 마음으로 가득 담겨진다.
차밭이 여행지가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드라마, CF 등을 통해서 그림같은 배경·풍경이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이 많아져서 이제는 사계절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한다원이 대표적이 곳.


산기슭을 일구어 차나무를 심었는데 밭이랑처럼 가꾸어진 차밭이 장대하면서도 생소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초입에 주차하고 만나는 것은 시원하게 자란 삼나무. 우리나라는 쭉쭉 뻗은 나무를 보기 힘들기 때문에 길을 따라 2열종대로 심어진 삼나무를 따라 들어가면서 감탄이 절로 난다. 이 이색적인 풍광에 젊은이나 늙은이나 금새 매료되고 만다.


곳곳에 피어난 봄꽃들과 뒤늦게 망울을 터뜨린 동백들로 인해 차밭이나 구경하려던 사람들의 마음과 눈을 흔들어 놓는다. 제법 관광지 냄새를 풍기는 기념품숍이며, 오래된 찻집에서 녹차향기를 맡을 수 있고 쉴 수 있다. 이곳을 지나면 광활하게 펼쳐진 차밭이 커다란 성벽처럼 막아선다. 가파른 산기슭을 따라 구불구불 열 맞춰 가꿔진 차밭은 이색적이면서도 매혹적이다.


시원한 눈맛도 좋아 바라보고 있으면 몸이 상쾌해지며 푸르러지는 듯하다. 삼나무가 심어진 길을 따라 차분히 올라가면 차밭 사이로 길이 나 있어 조용히 사색을 하며 걷기에도 좋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해가 나면 해가 난 대로, 아침이면 아침대로, 저녁이면 저녁대로 분위기가 잘 덖은 차향처럼 우러나와 좋다.


그러나 눈으로 몸으로 느끼는 여행이 되어야지 연한 차잎을 따는 것은 절대 금물. 개개인의 욕심이 모이면 엄청난 재앙이 오는 것. 차밭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즐길 뿐 농민들의 수확까지 소유할 수 없다.


화순군 이양면 쌍봉사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절이다. 그래서 나는 이곳을 꼭! 찾는다. 덜 알려진 만큼 절집다운 맛이 있기 때문이다. 유명세를 타지 않았으면서도 웬만한 유명세를 지닌 사찰보다 더 고찰의 풍모를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여행꾼인 나의 마음에 담아둔 몇 안되는 절집 중에 하나다.
화순에서 보성으로 가는 국도에서 좌회전하면 별유천지의 길이 시작된다. 길의 초입에 고색 짙은 마을을 지나는데 학포 양팽손(1488-1545)의 고향이다. 조선중기의 선비이며 기묘명현 가운데 한 사람이다. 조광조와 함께 사마시에 합격하였으며, 기묘사화때 조광조를 위하여 항소를 했다. 그 일로 관직에서 물러난 후 고향인 이곳에 들어와 58세로 죽었다. 조광조가 사화에 연루되어 가까운 능주에 유배왔을 때 함께 내려왔다. 지금도 정자와 재실등이 오래된 옛 마을의 풍모를 지켜주고 있다.


마을 앞으로 난 계곡을 따라 들어가면 길은 깊은 산중으로 향한다. 남도에도 이런 산중이 있는가 싶을 정도다. 얼마쯤 들어가면 아늑한 담장으로 둘러싸인 경내 너머로 3층으로 된 목조건물이 고개를 내밀어 길손을 맞이한다. 범상치 않는 분위기와 이색적인 분위가 동시에 느껴지는데 기대감을 갖고 주차장에 내리면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풍경소리만 가득하다.


여염집의 대문처럼 생긴 문으로 들어서면 경내가 잘 정돈되어 있는데 적당한 거리를 두고 법당과 요사가 조촐하면서도 단아하다. 정면으로 목탑의 형식을 잘 간직한 대웅전이 이색적으로 서 있다. 불과 몇 십년 전만하더라도 탑이었으나 부주의로 불태우고 말았다. 다시 복원하였으나 목탑이 아닌 법당 건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모습은 영락없는 목탑의 형상이다. 옛날 백제가 즐겨 건축했던 목탑의 형식을 잘 간직하고 있어 백제시절의 사찰이 이러했으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