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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CI/단국치대영화동아리]영화세상/‘브이 포 벤데타’ 21세기 볼셰비키즘과 만나다

통제사회를 통치하는 ‘V’
테러 아닌 혁명의미 조명
포트만 ‘삭발투혼’도 볼만


생체실험의 결과 ‘V"는 특수한 신체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사회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빠른 몸놀림만을 사용했다면 배트맨과의 구별점은 복장에 대한 취향 정도뿐이었을 것이다. 그가 전체주의 사회를 깨뜨리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은 ‘대중의 정치적 각성"이다.


이를 위해 그는 매스미디어를 적극 활용한다. 전체주의 사회에서 매스미디어는 대중을 우매화하는 도구로 사용되지만, 우리 수중에 들어오기만 하면 강력한 선전의 도구로 이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헌법재판소를 폭파하고 나서 1년 후 같은 날 전체주의 정부의 요새인 의사당을 파괴할 것이라 예고한다. 헌법재판소를 파괴할 수 있었다면, 처음부터 의사당을 폭파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통제된 사회에서 어떠한 반사회적 행위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대중의 믿음과 두려움을 파괴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혁명인 것이다(단순한 테러행위와의 차이점. 테러는 정치적 전망이 결여된 파괴행위이다).


‘V’는 극중 여주인공(나탈리 포트만)을 ‘V"와의 관계 때문에 마치 당국에 의해 체포된 것처럼 위장 납치한다. 이어 ‘V"의 정체를 밝히라며 고문을 한다. 그러나 그녀는 고통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죽음의 두려움마저 이겨내고, 각성된 주체로 다시 태어난다. 시험이 끝나고 풀려난 후 이 사실을 알게 된 여주인공은 처음엔 ‘V"를 원망하나, 이윽고 각성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V"는 초월적이고 전지전능한 영웅인가?


그렇지 않다. 그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개인적 복수를 종결한 후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폭탄을 싣고 의사당으로 돌진할 열차의 레버를 당긴 것은 여주인공이며, ‘V"를 쫓던 민완형사(그는 전체주의 사회의 밑바닥에서 충실한 손발의 역할을 하는 경찰관료다)는 이를 묵인한다.


그리고 가면으로 자신을 숨긴 후 광장으로 나온 익명의 대중들. 현장 군 지휘관은 그들을 진압하려 하나 상부와의 연결이 모두 두절되자 결국 발포 명령을 취소한다. 철저한 관료주의 사회의 맹점. 최종결정권자가 아닌 한 상부의 지시 없이는 그 누구도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브이 포 벤데타’를 전체주의 사회를 배경으로 반사회적인 영웅의 활약담을 그리는 전형적인 잿빛 SF영화로 보는 건 다소 불성실한 감상이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건 워쇼스키 형제의 각본 참여 덕분인지 민감하고 의미심장한 정치철학적 메시지(레닌의 볼셰비키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