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7 (금)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문인의 향연 치과의사문인회](수필)바보죽음(1)/신덕재

 


삭정이와 마른 풀로 끄슬러 놓았던
검푸른 개가죽의 모습이 나란 말인가?
헛구역질이 나고 그때 먹은 개장국이…

 

1일째.
아픔.
애리다, 쑤신다, 아리다, 쏜다, 띵하다, 쓰리다.
아픔의 정도가 몸이 견디기에 거북하고 고통스러운 정도가 아니다. 모든 자극이란 자극은 다 모여 신경의 심부를 때리고 후벼파고 짓누르고 비비고 있다. 아프다는 말 한마디로 지금의 고통을 다 말할 수 없다. 우리 몸은 외부 자극에 대해 자동적으로 반응을 한다. 모기에 물리면 가려워지고 가려워지면 자기도 모르게 긁게 된다. 이것은 자율신경에 의한 반사작용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나의 아픔은 그런 단 한가지 반사작용의 자각증상이 아니라 복합적인 고통의 덩어리이다. 그러니 한가지 자극이나 반사작용으로 고통의 아픔을 느끼고 감지하여 이에 대응할 수 없고 단지 아픔이라는 단어 하나로 지금의 고통 덩어리를 표현할 수밖에 없다.


“ 30%는 넘지?”
“ 30%가 무어야, 70%는 되겠다”
“어떻하다 이 모양이 됐는지 모르겠네, 꼭 개 꺼실러 논 것 같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럼 내가 지금 개(犬)를 끄슬러 놓은 상태란 말인가? 개를 끄슬러 놓았다고 하니 생각이 난다. 몇 년 전 장마도 들고 날씨도 삼복허리라 일거리도 없어서 칠쟁이 꾸미들이 개장국이나 끓여 먹자고 해서 개를 잡던 일이 생각났다. 개의 목에 철사 줄을 묶어 질질 끄니 이놈의 개가 자기 죽으러 가는 줄 아는지 죽어라고 발버둥을 쳤다. 앞에서는 철사 줄을 잡아당기고 뒤에서는 몽둥이로 개의 엉덩이를 때리면서 앞으로 가도록 재촉했다. 잡아 당기는 힘에 목이 조여서 혓바닥을 축 내 밀고 흰 개 거품을 줄줄 흘렸다. 그래도 개장국을 먹겠다고 철사 줄을 소나무 가지에 걸어 힘껏 잡아 당기니 어쩔 수 없이 개새끼가 소나무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몽둥이로 개의 머리를 내려치니 다리를 한번 퍼득퍼득 허우적거리더니 짧은 경련과 함께 축 늘어졌다. 죽은 것이다. 소나무에서 개를 끌어내린 후 소나무 삭정이와 마른 풀로 개를 태우기 시작했다. 노린내와 함께 뽀얀 연기가 하늘로 올라갔다.


마침내 거무티티하고 희끗희끗한 살점이 보이는 경직된 개가 땅바닥에 나딩굴고 있었다. 지금 나의 모습이 그 개란 말인가? 그러면 질질 끌려가던 개의 고통이 지금의 나의 아픔과 같다는 말인가? 삭정이와 마른 풀로 끄슬러 놓았던 검푸른 개가죽의 모습이 나란 말인가? 헛구역질이 나고 그때 먹은 개장국이 올라오는 듯 하다.


내가 왜 여기에 와 있지? 아 그래 맞다. 돼지사장이 변전소 철탑에 뺑기칠을 해 달라고 했지. 철탑 뺑기칠이 나의 주특기는 아니나 요새처럼 일거리가 없다보니 돼지사장의 청을 거절하지 못했지.
그러니까 30년 전, 내가 군대를 제대했을 때 돼지사장 아니 유규현은 내가 부리던 시다였다. 페인트 칠로 말하면 유규현은 형편없는 존재였다. 나는 군대 가기 전부터 뺑끼칠을 했기 때문에 오야지에 가까웠으나 유규현은 별 볼일 없는 잔심부름꾼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70년대의 새마을 사업의 하나인 주택개량이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시책으로 그와 나는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그는 초가지붕을 허물고 슬래이트 지붕에 페인트칠을 하는 새마을 사업에만 매달렸다. 페인트칠이라는 기술에는 반푼 어치의 신경도 쓰지 않고 해바라기처럼 관급 페인트 일에만 따라 다녔다. 그 덕택에 돈을 벌어서 지금은 중견 사업체를 가진 사장이 됐다. 나는 그때 유규현을 도둑놈, 사기꾼, 뚜쟁이, 돼지사장이라고 흉을 봤다. 뺑끼쟁이는 뺑끼쟁이여야 하고 페인트칠이란 기술, 아니 칠 정신이 깃들인 예술적 기능이어야지 공무원이나 공공단체만 찾아다니면서 뒷돈이나 주고, 관급을 따서 날푼팔이 하는 칠쟁이에게는 쥐꼬리만한 일당만을 주고는 나머지 거금을 챙기니 그런 사람을 뺑끼쟁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유규현의 노릇이 싫어서 일반주택의 단장 일에만 정신을 쏟았다. 집 단장은 참 재미있다. 한번 칠하면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