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한짝
옥상 아래 처마 위 신발 한 짝
어느 사내에게서 벗어났는지
목련 나무 구름처럼 부풀던 어느 봄날
날아와 잠들어 있다
꽃잎 덮고 흰나비 되어
봄 하늘 날아보다가
장맛비에 쪽배가 되어
돛도 노도 없이 떠다니다가
낙엽에 싸여
겨울잠을 자고 있다
혼자는 더 달릴 수 없는 길
온 몸 조이고 달리던 끈도 풀고서
고단했던 세상살이 끝내고 있다
아무도 손닿을 수 없는 곳
낡은 가죽 신발 한 짝
절뚝이며 뿌연 하늘 길 더듬고 있다
이 영 혜
·시인, ‘서울문학’등단
·해피스마일 치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