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에 시를 쓴다는 것은
풋과일을 섣불리 따먹는 것과 같다
시를 쓰는 대신
계절을 피해서든, 계절에 도전해서든
오직 계절의 역사에 참여하리
이 여름날에 나는
작별의 손을 흔들지는 않았다
오직 계절에만 충실해서
하나, 둘
망각의 심연으로 빠져들었다
어느 가을날 저녁
여물어진 별빛이 싸늘히
나를 응시할 때 불현듯
망각의 늪을 헤엄쳐 나갈 때까지
남제주의 망각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리
남실거리는 바닷물에 돛을 세우리
대양을 전력 질주하리
작열하는 태양빛을 받으며
이 재 윤
·서울치대 졸
·덕영치과의원장, 문학박사
·월간 우먼라이프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