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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소설)바보죽음(3)/신덕재

 

 

바보죽음(3)
신 덕 재

 

·소설가, 1995년 ‘포스트모던’등단
·서대문구 중앙치과의원 원장

 


살아나야 한다
기적을 이루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대로 죽는다면…


2일째.


머리털과 눈썹은 오그라들어 나사형의 재로 되었고, 이마와 귓밥과 콧등은 껍질이 벗겨져 진물이 나오고 있다. 얼굴 전체는 검푸른 가운데 입술만 붉게 충혈 되어 마치 쿤타킨테와 같은 흑인 노예 같다. 왼쪽 팔은 신나통의 불길 때문에 더욱 심해서 손톱은 지글지글 타다 남은 플라스틱 바가지 모양이다. 엎어져 쓰러지는 바람에 배 쪽은 다소 제 살이 있으나 등 쪽은 신나가 지나간 자리마다 오염된 강줄기처럼 등판이 확연하게 구분이 된다. 아랫배와 사타구니와 성기는 물집이 생겨 옹골옹골 하다. 양다리는 덜 탄 숯가마의 장작개비 같다.


화상의 정도가 3도 화상으로 팔 18%, 다리 36%, 몸통 18%, 머리와 목 9%, 성기 1%로  70%가 훨씬 넘는다. 3도 화상이 25% 이상이면 생명이 위험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어제 의사들이 30%가 어떻고 70%가 어떻고 하면서 나를 개 그슬러 놓은 것 같다고 한 모양이다.


가망은 없어도 성의를 보이기 위해 기도를 확보하고 산소 호흡기를 달아 주었다.  갈증과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특히 갈증이 심했다. 다리로부터 올라오는 통증은 다리를 잘라버리고 싶을 정도이다. 링거액을 주사하는 모양이다. 다소 갈증이 가시는 듯 하더니 이번에는 온 몸이 에어백처럼 팽창되어 신경을 압박하는 압박 통증, 즉 옛 고문의 하나인 압슬의 고통이 일어났다. 온 몸은 부푼 풍선처럼 부종이 생겨 윤곽을 알아볼 수 없다.


이런 만신창이 속에서도 다행인 것은 전기충격이 심장을 빗겨 갔다는 것이다. 그 덕에 심장은 뛰고 있다. 심장이 뛰고 있다면 나는 살아 있다는 것이고 이 순간 생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기가 혈관을 통과하는 바람에 혈관 화상을 입었다. 폐 부종과 혈관화상으로 호흡은 곤란하나 호흡기를 달고 있어 아직 숨을 쉴 수 있다. 심장이 뛰고, 숨을 쉬고, 아픔을 느끼고 있으니 나는 살아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은 죽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아무리  의사들이 나의 생명을 비관적으로 보더라도 내가 살려는 의지가 강하면 강할수록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생각에 미치자 나는 더욱 초조하고 불안하다. 살아나야 한다. 기적을 이루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대로 죽는다면 나의 지난날이 너무나 허무하고, 초라하고,  바보스럽다.
“이 정도의 화상이라면 전혀 가망이 없습니다.”
젊은 의사가 거의 단정적으로 선언을 했다.


죽음.


의사는 환자의 아픔을 없애 주고 삶을 연장해 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환자에게 심어주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아직도 숨쉬고 있는 나를 살릴 생각은 하지 않고 죽을 거라고 예진(豫診)을 해 버리면 나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지금 나에게는 의사 선생님뿐이다. 심장이 뛰고, 숨을 쉬고, 아픔을 느끼고, 생각을 하는데 왜 내가 죽는단 말인가? 의사 선생님이 야속하다. “나를 살려 주시오, 나를!” 애원도 하고 원망도 해 보지만 의사 선생님은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특별히 치료를 할 것이 없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


경찰이 나타났다. 저며오는 고통 속에서도 경찰은 나를 으시시하게 만들었다. 언젠가 일을 마치고  술을 거나하게 먹고 집에 오다가 뻑치기를 당한 적이 있다. 그때 쨉새 경찰이 어떻게 하였던가? 뻑치기 한 놈들을 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자기네 관내에서 이런 재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투덜대면서 술 먹은 나만 탓하고 귀찮다는 듯이 사건을 얼버무려 버리지 않았던가. 그 후 나는 쨉새들만 보면 피하게 되고 공연히 죄를 지은 것만 같아서 오금을 못 피고 식은땀을 흘렸다.
“현장소장인 유사장이 사건 전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