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랍고 평온한 저 잔디밭
막 태어난 얼굴같지만
큰 나무들의 그늘을 등지고
한 아름의 햇볕을 보듬고 산다
줄기를 땅바닥에 고르게 묻고
사방으로 뻗어낸 영토
마디마디 뿌리를 내려
무리지은 단단한 삶이게 한다
비록 거센 짓밟힘이 몰아닥쳐도
군왕처럼 떠받드는 잔디들
승자와 패자가 엉켜 지난 자리에
깨지고 부스러진 잎들은 가지런하다
겸손의 흙에서 새순은 돋아나며
쓰러진 것은 티끌로 떠밀리고
넓은 풀밭에 파란 윤기 뿜어
다시 모두를 반길 채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