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7 (금)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영화-DENCI(단국치대 영화동아리)]‘디 아더스’ 여름 극장가 ‘우아한 공포’를 만나다

"디아더스’는 고전적인 공포영화의 형식에 척척 발을 맞추어 나간다. 퀴퀴한 전설 한 꾸러미를 품고 있을 듯한 오래된 대저택과 유난히 신경이 예민한 안주인, 집을 둘러싼 뭉클한 안개와 짙은 숲, 의뭉스럽고 스산한 분위기, 그리고 딸아이가 감지하는 그들 이외의 무엇. 영화의 전반적인 도식이 이 정도로 정리된다면 영화의 방향 또한 가닥이 잡힌다.


처음에는 딸아이의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되던 ‘무엇"이 스크린 구석구석에서 자근자근 밟히며 불안감이 증폭되고, 격정적인 공포가 모두를 뒤덮은 후(이 부분에서 관객까지 동감할 수 있다면 성공한 공포영화!) 쿵덕쿵덕 긴박한 순간, 드디어 실체를 드러내는 ‘무엇".


‘디 아더스"가 진실과 허구의 아슬한 경계에 위태롭게 놓인 작품이라고 전제해 보면, 영화 속 대립구도들이 툭툭 또렷해진다. 우선 빛을 보지 못하는 아이들을 통해 빛과 어둠의 관계를 짚어낼 수 있다. 두꺼운 커튼이 드리워진 침침한 실내에 갇혀 있는 아이들(혹은 우리들)은 빛과 어둠, 즉 진실과 허구를 극명하게 상반된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들은 투명한 창문으로 넘어 들어오는 빛을 어머니에 의해 차단당함으로써 빛과 어둠 사이의 어슴푸레한 변화를 알지 못한다. 따라서 앤과 니콜라스는 빛의 이면이 어둠일 수 있다는, 빛과 어둠이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마저 닫힌 흑백논리의 틀을 강요받는다.


이러한 점은 그들이 어머니인 그레이스(니콜 키드먼)로부터 받는 가르침에서도 드러난다. 그레이스는 아이들에게 성경에 대한 믿음을 주입하려 한다. 감독이 굳이 ‘성경"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성경이란 수천년의 인류사를 거치며 활자화되고 정형화된 고정관념인데다가 ‘종교"라는 가장 굳건하고도 무모한(그래서 때로는 위험하기까지 한) 권위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독교는 서구사회를 ‘지배"한 사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성경이란 이미 어두운 집안의 세계를 튼튼히 쌓아올리고 지켜나가야 했던 그레이스의 생각을 가장 적합하게 대변할 수 있는 소재였던 것이다.


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그레이스이다. 그녀는 아이들을 향해 넘치는 애정과 바늘 끝처럼 날카롭게 곧추선 집착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녀의 성격은 포근한 모성의 파괴적인 속성이라는 ‘전통적인" 모순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레이스로부터 발견하는 모순은 이 영화의 주제와 닿아있다. 진정한 진실의 변죽을 건드리며 그것을 어설프게 단정짓고 믿어버리는 인간의 무지, 그 이중성의 모순이다.


이 영화는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고, 의식조차 못한 채 다만 젖어들고 있었던 습관적인 사고의 유리벽을 깨뜨리려는 시도이다. 그리고 앤처럼 보이지 않는 것을 희미하게나마 감지하고 손을 뻗어보려 했던 관객에게는 분명 즐거운 경험이 될 작품이다.
또한 화려하고 찬란한 ‘물랑루즈’의 여신 니콜 키드먼이 있다. 그녀는 오히려 ‘디 아더스’에서 제 역할을 찾은 듯 관객을 향해 파르르 긴장된 섬광을 연신 쏘아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