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7 (금)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문화답사기행(44)]예천군 ‘회룡포’

금빛모래밭길
강물따라 물장구
아! 여름 호사로다


기찻길·감나무 가로수 한폭의 수채화
350도 강으로 둘러싸인 ‘육지속 섬마을’
TV 인기 드라마 ‘가을동화’로 유명세


‘뿅뿅다리’ 건널때마다 출렁출렁 ‘정감’
비룡산전망대·용궁향교 관광객 시선
천연기념물 ‘석송령’·‘황목근’ 위용


중부내륙고속도로 점촌IC에서 내려 예천방향으로 접어드니 용궁면에 닿는다. 내륙 한가운데에 웬 용궁이 있을까? 의아스럽다. 용궁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농사짓고 있으며, 희노애락이 다를 바 없다. 용궁면 사람들은 뭔가 다를 듯한데 무엇이 있을까? 용궁면 어귀에 닿자 곧 회룡포를 알리는 표지가 요소요소에 있어 길 잃어버릴 염려는 없다. 용궁면에서 회룡포까지 가는 길은 어린 시절 달력에서 보았던 수채화 그림 같다. 기찻길을 건너면 감나무 가로수가 이어지는 차분하면서도 단아한 맛이 돋보이는 길이다. 차에서 내려 자전거라도 타고 싶다. 이곳을 찾을 때마다 같은 생각을 여러 번 하곤 했는데 역시 드라마 ‘가을동화’ 첫 머리를 장식했던 길이란다. 오늘 찾아가는 회룡포마을이 은서와 준서가 드라마 속에서 어린 시절 학교 다니던 곳이 아닌가!

 

‘육지 속의 섬마을’이라는 말이 있다. 적어도 삼면으로 강이 휘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예천의 회룡포마을은 350도를 휘감아 돌아간다. 삽으로 한번만 푹 퍼내면 진짜 섬이 되어 버릴 것 같은 곳이다. 소백산의 한쪽 끝에서 시작하여 봉화와 예천을 지나면서 개울물을 알뜰하게 끌어 모은 내성천이 이곳에 이르면 비룡산에 부딪쳐 급하게 방향을 틀어 만들어낸 곳이 회룡포다. 원래는 의성포라 불렀다. 사람들이 이곳을 의성군에 있는 곳이라 생각하자 불과 얼마 전 회룡마을과 용포마을에서 첫글자를 따서 회룡포라 개명했다.


내성천은 마을 주변을 빙둘러 금모래를 넉넉하게 토해내며 비룡산을 두드리며 흐른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두 곳이다. 가늘게 이어진 산줄기를 따라 개포면에서 이어지는 찻길이고, 또 하나는 회룡마을 용주시비에서 모래사장을 지나 건너는 ‘뿅뿅다리’이다. 개포면에서 이어지는 길은 멀어서 잘 이용하지 않고, 마을 사람들은 이웃과 쉽게 내왕할 수 있는 뿅뿅다리를 이용해서 다닌다. 마을 앞을 흐르는 내성천은 물이 얕아 배를 부릴 수도 없다. 그렇다고 물을 건너 뛸 수도 없다. 진작부터 다리가 있어야 했으나 10여 가구 사는 곳에 많은 재정을 들여 다리를 놓아 줄 예천군 사정도 넉넉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은 조금씩 추렴하여 다리를 놓기로 하고 마을 공동기금을 모금하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의 의지에 감복했는지 군에서 천만원을 들여 다리를 놓아 주었는데 그것이 ‘뿅뿅다리’다.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구멍 숭숭 뚫린 철판을 가져다가 다리를 놓았다. 사람이 건너면 출렁출렁한다. 마을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여행객들은 건너는 재미가 있어 일없이 왔다 갔다 한다. 여유로운 강물 위를 건너는 재미는 건너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다리는 큰 장마라도 지나가면 휩쓸려 갈 듯 낮고 허름하다. 군에서 장마철이 되면 다리를 떼어놓으라 했다고 할 정도였다. 회룡포 마을은 ‘여유와 휴식’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다리에 걸터앉아 흐르는 강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바쁜 일상에서 멀리 도망쳐온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마을은 경주 김씨 아홉 가구가 산다. 이들은 6만여 평 되는 땅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편안한 강마을에는 마을보다 더 아름다운 정이 살아 있다.
“구경 왔니껴”하며 먼저 말을 건네는 농부의 얼굴에서 정겨운 고향의 인심이 뚝뚝 묻어난다. 마을을 돌아보는 길까지 자세히 일러주는 수고로움을 잊지 않는다. 아직 관광객들의 모진 발걸음에 한 발짝 물러서 있다는 증거이리라.


우리는 여행을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쉽게 내뱉는다. “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곳도 이제 인심 사나워졌어”라고. 순박하게 살아가던 우리 고향인심을 이렇게 만든 이가 누구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찌어다. 무심코 던진 도시인의 오만한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