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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수필) 녹색세상을 꿈꾸다

 

자연과 더불어 자연 속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모든 생물의 운명일 터

 

 


가까운 선배님의 자제분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화창한 토요일 낮, 오랜만에 동부간선도로를 달리게 되었다.
이미 봄이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어 햇살은 눈부시다 못해 따가울 정도이고 적당히 밀리는 도로에서 절로 감기는 눈을 애써 추스르는 일은 짜증스러움을 넘어 오히려 고통이다. 이 순간을 이겨낼 방도는 한가지 밖에 없다. 운전은 오감과 반사신경에 맡기고 의식은 저 가고 싶은 데로 흐르게 놓아두자. 오랜만에 여유로운 상념에 젖어 보는 거다.


내가 태어난 곳은 경남 거창의 어느 시골 마을이라고 한다.
초임의 교사들이 으레 그렇듯, 중등학교 교사이셨던 아버지께서 깡촌을 겨우 면한 정도의 작은 시골학교로 발령을 받으셨던 것이다.
기억이라고는 기대할 수 없는 어린 나이에 잠깐을 살았을 뿐이지만 그곳이 얼마나 아늑하고 양지바른 곳이었으며, 풍수지리학 적으로 괜찮은 배산임수의 집터였는지를 자라며 내내 들어서 나는 마치 그 동네를 직접 보기라도 한 듯, 총 천연색으로 상상할 수가 있다.


공기 좋고 물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그랬는지, 집터가 좋아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큰 병치레 한번 않고 크게 부모님을 속썩이는 일없이 자라긴 한 것 같다.
어머니께서는 문을 나서면 지천으로 널린 온갖 산야초와 대나무 밭의 죽순을 캐는 즐거움에 매일같이 바구니를 끼고 집을 나섰다고 한다.
바구니가 넘치면 치마폭에까지 한가득 나물을 캐 담았는데 가까이에 뱀이 있는 것도 몰랐다가 결국은 뱀과 눈을 마주치고서야 놀라, 애써 캔 나물들을 팽개치고 혼비백산 도망치던 얘기는 마치 전래동화처럼 재미있었다.


자라나며 나물 캐는 재미를 알게 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고, 어려서부터 풍수지리라는 단어가 익숙했던 것이며 대나무 밭을 지나기라도 할라치면 뭔가 모를 축축하고 음습한 기운조차 친근하게 느껴지던 것, 출퇴근 길 운전 중에도 멀리 차창밖에 보이는 나물 캐는 아낙들의 모습에서 아련한 향수를 느끼던 것은 모두 그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잠재의식에나 남아 있을 내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떠올리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언제나 뭔지 모를 그리움과 함께 자연으로 돌아가고픈 강한 욕망을 불러 일으킨다. 때문에, 녹색이 풍성해지는 계절이 되면 나는 하염없이 바쁜 가운데도 보람 가득한 내 일상이건만, 그 일상을 뿌리치고 뛰쳐나가 자연의 품에 안기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것이다.
사실, 내가 자연을 그리는 것은 단순히 즐기고 싶은 마음에서만은 아니다. 설명하기 힘든 의무감, 아니, 사명감이랄까. 20여년 전, 병원에서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어머니를 살려낸 것은 어머니의 의지와 녹색 야채였다.


어머니의 식이요법을 도와주신 어느 민간의학자는 현대병이 없던 시절의 조상들의 식생활로 돌아가야만 살 수 있다고 끊임없이 강조하셨고 그 내용을 충실히 따른 어머니는 마침내 스스로를 살려내시고 아직도 자신의 경험을 주위 분들과 나누고 계신다.
내가 보기에 현대의학에서 정면도전으로 여김직한 그 분의 주장은 거꾸로 생각하면 오히려 너무나 일리 있는 얘기들이고, 무엇보다 실제로 산 증인이 곁에 있다보니, 누군가 심각한 병에 걸렸다는 소릴 들으면 그가 귀를 기울이건 않건 나도 모르게, 약에 의지하면 안되느니, 몸이 가진 자연치유력을 키워 스스로 병을 이기게 해야 하느니 하며 목청을 높이게 되고 만다.  


자연과 더불어 자연 속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모든 생물의 운명일 터인데 하다못해 매일 오르는 밥상의 먹거리에조차 건강을 의지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임에랴. 
가족의 건강을 걱정하는 주부의 입장으로 돌아가면 시름은 더욱 깊어져, 그저 손수 만든 맛난 음식을 내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기 그지 없다.
눈으로, 머리로, 가슴으로, 몸으로, 자연을 느끼고 부대껴야 할텐데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