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7 (금)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문인의 향연](수필)치과의사와 자본주의적 경영관/이강근 서울미치과의원

나는 개원한지 10년이 된 것 같다. 오로지 진료에만 전념하며 성실한 치과의사가 되기위해 진실한 마음으로 환자를 대해 왔다고 자부하고 있는데 요즘 들어 새삼스럽게 의사의 윤리에 대해 생각이 새롭게 떠오른다.

 

대부분의 선배님들이 그래 오셨듯 나 또한 학교에서 배운 원칙 그대로 진료를 하려고 노력을 해왔다. 물론 이 원칙은 아직도 유효하다. 때론 나의 얼굴에 나태의 그늘이 그려지고 있지 않은지 가끔 거울을 보게 된다.
얼마 전 조카 녀석이 대학에 입학하여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다. 치과 구경도 할 겸 구강 검진도 받을 겸해서 내 진료실을 방문하였는데, 그 녀석이 대뜸 내게 하는 말이 “삼촌, 치과하면 원가 대비 얼마 남아요?”


녀석의 아버지이자 나의 큰 형님은 대구에서 전자 제품 대리점과 편의점을 하고 계신다. 그 조카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도와서 그런지 계량적인 사고에 익숙하다. 장사란 물건을 얼마에 떼어 얼마에 팔아야 하는지가 중요한데 이것은 전형적이 자본주의 원리다.

 

그런 장사꾼(?) 마인드로 자란 조카이기에 그런 질문이 너무나도 당연하였지만 교사의 아들로 자라 의료인이 된 나에게는 적잖이 당황스러운 질문이었다.
“저 그게… 의료 행위라는 게 재료를 이윤 남겨 파는 게 아니고… 또 오랜동안 공부한 것도 있고… .”
그에게 원하는 답을 주지 못한 채 그냥 얼버무렸지만 사실 내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들이 스쳐 가고 있었다.


2년 전인가, 바로 이 조카 녀석이 자기도 치대에 갈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물었었다. 나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지만 아직은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이야기 해보자고 한 일이 생각난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녀석이 의술을 공부하지 않게 된 것이 너무 잘한 일이라 생각된다.


요즘 경제가 좋지 않아서 의사들도 마찬가지로 많이들 어려워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그런지 치과 경영에 대한 세미나가 부쩍 많아진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데에는 가 볼 생각이 없었지만, 우연히 접했던 다른 세미나에서 그와 비슷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사실 치아 미백에 대한 세미나였는데 미백에 관한 내용 보다는 마케팅과 경영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룬 강의였었다.

 

미백이라는 게 원래 심미적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지만 강연자는 어떻게 하면 수요와 최대의 이윤을 창출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것처럼 보였다. 역시 자본주의의 천국, 선진국 유학파다웠다. 딱 까놓고 한 그의 요지는 어떻게 환자의 주머니를 털어(?) 내느냐 였는데 순간적으로 따라 웃었지만 곧바로 내가 이러고 있어도 되나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 왔다.


나는 치과의사로서 의료는 수요자가 우위에 있을 수 있는 일반 상거래랑 틀려서 수요자인 환자가 절대로 강자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예외적인 예도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의사가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하면 그런 줄 알고,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면 경제적으로 허락되는한 돈을 지불할 것이다.

 

환자는 의학적 전문 지식이 없거나 미약하기 때문에 의료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고 또 믿어야 순리이리라. 환자의 생명을 다루기에 의사는 국가고시를 치르고 면허증에다가 의사의 윤리가 따른다. 이는 의료를 영리 추구의 수단으로만 보아서는 안 되는 한 이유이다.


사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의료를 영리적인 시각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 의료 영리법인을 허용하는 문제로 말들이 많다. 송도 경제특구의 성공적인 투자 유치를 위한 정부 당국의 정책은 의료도 서비스보다는 경제론이리라.

 

정말 단편적인 사고방식이 아닐까. 의사의 사명감에 의하지 않고 영리를 위해 만들어진 병원, 즉 진료의 제일 목적은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보다 이윤 추구가 되리라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비난할 수도 없는 일이다. 문제는 인간의 건강 추구권을 위협하지 않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