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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오동나무 꽃 등(燈)/이영혜 해피스마일치과

재개발 붉은 깃발 매단
‘卍 천신보살’집 옆
늙은 오동나무 가지마다
촛불을 밝혔다

 

오래, 많은 것을 보아 버린 나무 안에
신(神) 한 분쯤 넉넉히 살고 있을 터

 

몇 번이나 더
생의 횃불 치켜 올릴 수 있을까
바람 따라 수런수런 흔들리는
보랏빛 눈동자들

낮술 불콰한 두 노인
꽃그늘 내린 평상에 걸터앉아
장기를 두고 있다
더 이상 불끈 세울 일도 없는
시간들이 똑, 똑
장기 알 위로 흘러간다

 

거문고 소리
내생(來生)에서 흘러올 듯,
색 바랜 기와들을
어루만질 것 같은
해 긴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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