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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수필) 세존봉에 올라보니(1) / 이병태 치과의원

 

세존봉 등산, 진료 때문에 엄두도 못 냈다.

 

제19차 남북치의학교류협력위원회 금강산온정인민병원치과진료소 방문 진료는 2006년 6월 2일(금) 오후 9시에 서울을 떠나, 3일 온종일과 4일(일)오전까지 이다. 마침 5일이 월요일, 6일은 현충일이어서 공휴일인데다가 징검다리 월요일을 휴교하는 학교도 있고 쉬는 직장도 있다면서 진료기간을 연장하면 어떻겠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진료팀답게 지금까지 관광하거나 유람하는데 생각이나 미련을 두지도 않았다. 이런 면에서 방북봉사진료에 참가하고 있는 선후배들에게 마음둘 데 없이 미안한 가슴을 자주 훑어 내리곤 하였다. 다행히 현지직원들의 따뜻한 배려가 있어 방북진료에 희망과 끈기를 놓지 않고 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치료하고 10분이라도 더 진료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북측인사들도 알고 있다. 필자 자신도 그렇게 산을 좋아했고 청춘이 산에서 성숙했건만 금강산에 다녀온다면서 금강산, 그 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에 관하여 그렇지 않아도 이상한데 주변 사람들을 더 이상하다고까지 했다.
“기간(2, 3, 4)을 이틀(5, 6)을 연장합시다.”
“그렇게 되겠어요?”
“원래 개인사정들이 있어서 순서가 바뀐 상태입니다. 참가자에게 물어보세요, 그리고 연락주세요.”
이러한 전화는 일정이 출발 10일전에는 결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6일(현충일)은 교통이 전국적으로 복잡할 것이니 5일(월)에 귀경하는 것까지는 의견이 일치됐습니다.”


“그러면 현대아산(주)본사 그리고 통일부에 수속을 합시다. 그리고 5일(월) 일정은 제가 현지에서 조율해 보냈습니다. 다른 걱정 마십시오. 이제까지 해오던 진료는 변함없이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과외 하루를 가능하면 산에 올라보도록 부탁해봅시다. 못 오르면 보너스라는 말 있지요. 우리가 더 진료합시다. 기후와 날씨까지 허락하면 등산합시다.”


이상은 사무총장 김 박사와 위원장인 필자의 대화요지이다.

 

세존봉 만장일치

 

김병찬 사무총장이 운전하는 차가 북측 CIQ (출입국 사무소)를 통과, 비무장지대·휴전선·북측 CIQ를 모두 지나 금강산사업소에 도착했다.
회의실에서 김영현 총소장과 장석훈 부총소장 북측 김철호 과장과 민대철 안내원과 우리는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나는 서슴없이 일정을 이야기했다.


“이제까지 하던 진료는 변함없이 합니다. 오늘 토요일은 온종일 진료하고 내일은 빼고 모래 월요일 오전에 진료하고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김철호 과장이 말했다.
“좋습니다. 극하면(그렇다면) 내일은 비로봉 가겠습니까?”
회의가 이 말로 웃음판이 되었다.


“현정은 회장(남) 그리고 장우영 사장(북)등 여러분들이 개방할 앞날을 위해 지난주에 내금강을 시범 관광하셨는데, 거기는 갈 수 없겠고 또 세존봉도 갈 수 없겠고, 우리 일행 셋만 잘 인도해주시고 나는 그냥 바다가 보이는 방에서 하루를 푹 쉬도록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분위기는 진지한 일정 논의가 아니라 완전히 말장난 같은 분위기였다.
김철호 과장이 김영현 총소장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총소장 선생, 아무래도 오늘은 원래대로 하고 내일 일요일에는 세존봉으로 꾸려야 될 것 같구만요.”
“세존봉 가자구?”
김영현 총소장의 웃음은 순박하다. 그는 말을 이었다.
“실제로 우리 박사님들 작년부터 지금까지 관광코스 한 군데도 안가셨어요. 김철호 선생, 세존봉 갑시다.”


70세인 김규문 선배는 연령보다 건장하다. 등산에는 능숙하지 못하지만 체력이 지탱할 수 있음을 보아왔다. 문제는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았던 내가 문제였다.
토요일 저녁, 진료팀일행과 안내원들이 금강산온정인민병원치과진료소를 나올 때 박순원 원장이 말했다.


“아마도 위원장 선생(필자)은 올랐다가 못 내려오실 것 같애.”
옆에 있던 김종호 구강의사 역시 ‘그럴 것’이라는 뜻으로 크게 웃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