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7 (금)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문화답사기행(46)]쪽빛바다로 수로부인을 유혹하다

파도와 숲이 있는 ‘삼척’
바다 맞닿은 동해휴게소서 맛보기 휴식
추암해수욕장·‘해가사터’ 한폭의 그림
가파른 바위벼랑끝 누각 ‘죽서루’ 오르면
에머럴드빛 바다 향기에 시심이 절로 나와
쭉쭉 뻗은 소나무숲 거닐며 삼림욕도 만끽

 

9월은 여행시즌이다. 뚱딴지같은 소리일지 몰라도 적어도 내가 아는 한 9월은 여행하기 좋은 시즌이다. 가을바람이 불어 나무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하기 그지없다.

 

무더운 여름에 지친 이들이라면 9월에 여행을 떠나는 것을 고려해보자. 길에는 코스모스가 아름다운 꽃잎을 펼쳐놓았고, 하늘은 높고 뭉게구름 또한 동화 속 삽화처럼 아름답다. 거기에다 여름내 지친 산천이 휴식을 취하는 즈음이 되기 때문이다. 다른 여행자들이 없는 9월에 집을 나서면 어딜 가든지 환영받는다.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나는 9월을 여행시즌이라고 말한다.

 

영동고속도로가 끝나는 강릉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동해까지 고속도로가 확장되어 있다. 그 고속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휴게소가 있다. 물론 가장 아름답다는 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판단이다. 바다가 휴게소 마당까지 연결되어 있는 곳이 또 있을까?

 

그래서 바다를 향해 차를 주차하면 내리지 않아도 바다의 기운차고 맑은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다. 동해바다는 생명의 에너지가 넘친다. 시원스런 파도와 맑게 부서지는 하얀 포말, 섬 하나 보이지 않는 드넓은 바다가 동해의 모습이다. 이런 생동적 에너지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동해휴게소니 어찌 잠시 쉬어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동해시에서 삼척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면 유명한 추암해수욕장 입구를 지나고 곧 삼척해수욕장 표지를 만난다. 이곳에서 좌회전해 삼척해수욕장으로 들어가 기찻길 밑을 통과하면서 좌회전하면 곧 동해안 최고의 절경이 눈 앞에 나타난다. 고개를 넘으면서 갑자기 확 들어오기 때문에 순간 ‘와!’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진다. 추암해수욕장의 절경과 추암마을이 한눈에 들어오고 하얗게 부서지는 바다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곳이 삼국유사의 현장인 ‘해가사(海歌詞)터’다.


삼국유사에 재미있는 여인이 한 명 등장한다. 남편은 강릉태수로 부임해가는 길이다. 남편을 따라 그도 강릉으로 가고 있었다. 이 여인의 용모와 자태가 무척 아름다워 호숫가나 바다를 지날 때면 가끔 신물(神物)이 납치하곤 했다. 이 여인은 약간은 공주병 끼가 있었던 듯하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이다. 마침 봄이었는데 높은 바위 벼랑에 철쭉이 소담하게 피어 있었다. 이 여인은 주변을 돌아보며 ‘누가 저 꽃을 꺾어 줄 수 없는가?’라고 묻는다. 모두들 ‘사람이 올라갈 곳이 못됩니다’라고 한다. 그때 소를 몰고 가던 노인이 바위를 잡고 올라가 꽃을 꺾어 바친다. 이때 노인은 노래를 불러 바치게 되는데 이 노래가 ‘헌화가’다.

 

자줏빛 바위 가에
암소를 잡은 손 놓게 하시고
나를 부끄러워 아니하신다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주위의 눈과 관심에는 아랑곳없이 꽃이 필요했던 여자, 이 여인이 수로부인이다. 수로부인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수로부인의 아름다움을 탐낸 신물들이 그녀를 잡아간 사건이 벌어진다. 삼국유사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이틀쯤 길을 간 다음이었다. 바다와 가까운 정자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바다의 용이 잽싸게 부인을 바다로 끌고 가 버렸다. 공은 뒹굴며 땅을 쳤건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또 한 노인이 나타나 말했다. “옛 사람의 말에 ‘뭇 사람의 쇠라도 녹인다’라고 했습니다. 지금 저 바다의 신물도 뭇 사람의 입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까? 마땅히 이 마을 사람들을 모아다가 노래를 지어 부르면서, 지팡이로 해안을 두드리면, 부인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공이 그대로 따랐더니 용이 부인을 받들고 바다에서 나와 바쳤다.


이 노래는 우리가 익숙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