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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세존봉에 올라보니(5)/이병태

 

 

세존봉에 올라보니

 

세존봉은 금강산 10대미 중 전망미의 제일이며 금강산 10경 중 일곱 번째로 꼽는 세존봉전망을 차지하고 있다.
세존봉을 중심으로 봉우리를 보자. 서쪽 비로봉, 서북쪽에 옥녀봉. 비로봉, 북쪽 상등봉.
옥녀봉 뒤편.


북쪽 오봉산, 관음연봉. 오봉산 앞에 천불산. 오봉산 그 뒤로 제일 멀리 보인다.
북북동 세지봉. 오봉산에서 동남쪽, 문주봉. 세지봉 동쪽 조금 앞에, 북동 수정봉. 문주봉, 동쪽 조금 아래, 바리봉. 수정봉 동쪽, 동쪽 동해 고성읍 고성항, 해금강호텔, 골프장. 온정리 외금강호텔(김정숙휴양소), 온정각, 금강산사업소, 금강산샘물공장.
동남 집선연봉 소반덕. 집선봉 남쪽, 남쪽 채하봉
남서 장군봉. 장군성. 장군봉 서북서쪽.
서쪽 비로봉
세존봉 능선 이쪽과 저쪽 끝에서 내려다보거나 둘러보는 눈길은 바쁘기만 하였다.
그러나 어딘가 허망한 느낌이 든다.
사진도 그림도 아닌 이 풍광 그 자체가 늘 눈앞에 있도록 할 수는 없을까.
금강산 10대미 중 조망미가 있는데 조망미의 제일이 여기라더니 ‘과연, 정말 이럴 수가’하는 생각이 든다.

 

세존봉의 이슬 먹은 파리와 소독된 파리

합수목에서 자라바위 전설을 듣고 우리는 오른쪽 세채동 가파른 등산길을 오르며 쉬었다가 오르다가 또 쉬곤 하였다.
마려운 오줌을 어떻게 해결하나 하다가 뒤로 처진 나는 가쁜 숨을 진정시키려고 의자처럼 생긴 바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위로만 보이던 집선연봉이 점차 발 아래로 내려다 보였다.
운해는 집선연봉 중턱 아래로 그 넓은 계곡을 덮고 있다. 집선연봉은 바다 위에 뜬 바위산이 돼있다. 금강산에선 처음으로 본 운해이다. 그냥 보기만하자니 아쉽고 어떻게 할까 하자니 대책도 없다.


‘야, 이럴 수가.’ 이러한 순간이 인간의 단순하지만 버릴 수 없는 순정을 되살리는 것이다. ‘등산은 다시 안 온다’하면서도 오게 하는 마력이다. 나아가서 어려웠던 순간들을 잊게 하는 마약이 되고 만다.
조금 있으니까 현대아산(주)금강산사업소 청장년 직원들이 무거운 짐을 지고 올라왔다. 이들이 진 짐에는 우리를 먹일 등산식품이 들어있음을 직감했다. 여직원도 있었지만 북측안내원도 둘이나 있었다. 세채동 계곡의 8부 정도 되는 가파른 등산로 그늘에 바람은 없어도 시원하다.
배낭을 열고 나는 참외를 꺼냈다. 김병찬 박사는 사과와 귤을 꺼내서 모두에게 한 쪽씩 먹게 했다. 내가 너스레를 떨었다.


“귤은 두 쪽씩만 돌리고 사과는 한 개이니 16쪽을 내고 참외도 한 개이니 32쪽(깍두기만한)을 내라. 김규문선배께는 가운데 토막을 드리시오.”
근래에 드물게 아주 맛있게 먹은 과일 쪽이었다. 그 어느 품위 있는 만찬에서도 맛볼 수 없는 그런 정황이었다. 귤껍질은 비닐봉지에 넣었지만 사과와 참외는 껍질과 씨를 그냥 먹어버렸으니 얼마나 입과 몸이 절박했을까.


이때다.
산파리와 왕파리가 몰려왔다. 다행히 벌들은 없었다. 손과 팔을 휘저으며 파리를 쫓았다.
“어허, 이 놈은 총천연색인 걸 보니 산파리가 아닌가 보네.”
조선 중기에 백두산을 오른 기록에 산파리 때문에 힘들었다는 기록을 생각하면서 한 말이었다. 사실 조그맣고 도심지 파리 같지 않은 파리가 눈에 띄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내가 곤충학자가 아닌 바에야 그냥 말하는 것으로 지나가길 바랐다.


“박사 선생님, 여기 세존봉 파리는 이슬만 먹고 사니 아무 일 없습니다.”
귤을 나누고 참외 썰은 조각을 분배하는 가파른 산길 그늘에서 오가는 대화여서 잊혀지지 않는다.
‘이슬 먹은 파리.’
달 속에 살면서 이슬만 먹고 무지개만 밟고 다니며 달빛을 타고 이동했다는 선녀 항아(姮娥)가 떠올랐다.


우리는 지금 숨 가쁜 갈지(之)가 등산로를 오르다가 잠시 쉬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과일냄새에 달려드는 파리 얘기가 또 다른 한 가지 회상이 입을 열게 했다.
“엄영실 해설원, 1970년에 내가 군대병원에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