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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수필) 세존봉에 올라보니(5) / 이병태 치과의원

 

 

·수필가, 1981년 ‘현대문학’등단
·종로구 이병태 치과의원

 

세존봉 개미와 설악산 개미

 

1989년 여름, 북측에서는 원산에서 금강산 온정리까지 도로공사를 하고 있었나보다. 평양까지 날아온 재미동포 산악인들은 금강산까지 육로 이동이 불가능해지자 비상수단을 써서 하늘로 온정리에 내렸다.


오흥조 선배를 만나 山이야를 들으면 시간은 쏜살처럼 흐른다.
“그때 말야, 수정봉 클라이밍도 했어. 온정령은 중형버스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였어.”
“요즈음 북측 이야기를 들으면 버스가 교차할 정도로 확장했대요. 저는 아직(2006년 4월 30일) 못 갔습니다.”
그는 당시 남가주한인산악회 회장이었다. 그 일행은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 등 금강산 전역을 탐사했다.


제20차(2006년 6월 17일~18일) 금강산온정인민병원치과진료소에 2주전에 안내를 했던 엄영실이 래원했다. 엄영실은 입을 열었다.
“그때는 아니지만, 제가 없었단 말입네다. 과장 선생한테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1989년도에는 제13차세계청년학생축전이 7월 1일~7일까지 있었습니다.”
기억력이 대단했다. 그래서 오흥조 선배일행 이야기는 북에서도 일부에게는 알려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집선연봉 바위를 오르고 세존봉에서 야영을 했으니 부럽기만 하다. 한 달에 두 번씩이나 바라보는 입장이어서 이미 20여 년 전에 다녀간 그네들이 산신령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입심이 좋고 언변이 능하지는 않지만 간결하면서 연결이 잘 되는 상황설명은 가슴에 와 닿고 귀가 쏠린다.


“야, 병태야, 세존봉 바위를 했어. 그 날 밤 세존봉에서 잠을 잘 때 였어.”
온정리에서 바라다보기만 하던 세존봉에서 잠을 잤다니 정말 꿈만 같은 이야기였다. 북측에서 아직 개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세존봉은 온천을 하면서도 걸려있는 사진을 통해 실제 세존봉을 비교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근데 있잖니, 자는데 목이 따갑더니 팔뚝도 따끔한 거야. 긁으려고 손을 댔더니 뭐가 잡혀, 보니까 개미야. 아, 그 개미말야, 세존봉 개미 그거 설악산 개미와 같아.”
말을 마치면서 특유한 웃음을 소리 내어 웃었다. 38선 이북에 있던 설악산이 개방되자, 그는 설악산 귀면암 초등 경험도 있고, 한때 설악산에서 살다시피 하였었다.
그에게는 남모를 꾀와 실천력이 있다. 그런데 어떻게 개미이야기를 구상했을까 하는 점도 범상치 않다.
“설악산 개미 봤지!”


그 후 나는 이 ‘세존봉 개미와 설악산 개미’ 이야기를 수시로 해왔다. 심지어 북측사람들에게까지 했을 정도다. 듣는 이에 따라서는 ‘그게 무슨 소리, 재미없는데 혼자만 좋아하네.’ 식이기도 했다.
세존봉 정상에서 개미에게 물렸다는 사건은 ‘세존봉에 올라보고 싶은 욕망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계획이나 일정에 관한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
“철호 선생, 내 다리에 힘이 있을 때 비로봉에 한번 오를 수 없겠소?”
이런 말을 몇 번했다. 그럴 때마다 북측 김철호 과장은 말을 받아 넘겼다.


“거져, 온정병원 치과 그리구 보철실만 잘 꾸리십시다. 긴데(그런데) 세존봉도 못가보고 무신(무슨) 비로봉입네까. 세존봉은 야듭(여덟) 시간이지만, 비로봉은 1박2일로 해야 합니다.”
“일박이일이면 어때, 한번 합시다.”
“거저 치과사업만 잘 꾸리시면 뭔들 못하갔습니까. 그러면 신에 흙하나 안 묻게 떠받치고 오를 수도 있습니다.”


부정보다는 조건부 긍정적인 대화만 있었다.
꿈은 이루어진다더니 나는 세존봉 정상에서 19명의 일행의 한 사람이 되어 그들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비로봉을 바라보고 앉아 김밥과 김치, 오이도 먹었다. 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북쪽으로 옥녀봉이 보이고 왼쪽을 보면 아주 가까이 있는 채하봉이 올려다 보였다. 생각도 못한 특식으로 준비해온 생선초밥을 입에 넣는 순간이었다.


“아, 따가워!”
나는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