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나라에서 굶주림 박차고
이 저수지를 찾아온 가창오리떼
늘 오가던 길도 아닌데
때가 되면 잘도 찾는다
조상들의 품종을 곱게 닮아
고만고만한 크기의 몸체들
하늘에 점박이 물감이었다가
호수에 그림을 그리며 앉는다
삶이 요동치는 땅과 물을 떠나
잠시라도 하늘을 나르는 저 새들
깜박이등도 없이 밤낮으로 무리지어
표지등 없는 곳을 실수 없이 다닌다
신호등과 방향표시 따라 가는 행길에서
사람의 목숨은 빈번히 나뒹구는데
허기 채울 영토를 찾는 새들의 날개여
인간은 부끄러움의 무게로 처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