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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봉 교수의 목요칼럼]노동권을 물리친 학습권

외국어대학교 노동조합에서 무기한 불법파업을 하다가 학생회 측의 반발과 학교 측의 강경대응으로 210일 만에 무조건 복귀를 했고, 학교 측에서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고수해 지급하지 않은 임금 30억 원을 장학 사업 등에 사용하겠다고 발표 했는데 파업에 짜증난 국민들은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 2년 반전에 서울대학교 치과병원이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분리 독립할 때 외국어대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났었고 이때에도 학생들의 많은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했기 때문에 감회가 새롭다.


의과대학 및 치과대학 부속병원의 설립 목적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의·치대생들과 전공의들의 임상 실습이 제일 우선하는데 이들 병원에 설립된 보건의료노조지부가 불법 파업을 하면 이들의 임상실습에 지장을 줘 헌법에 보장된 의·치대생들 및 전공의들의 학습권을 침해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또한 보건의료노조는 의사들이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의약분업을 주장해 국민이나 의사에게는 불편하기 짝이 없고 단지 일부 약사들만 득을 보게 했던 제도를 탄생하게 했고, 의약 분업을 반대 하기위해 의대생들이 수업 거부를 하고, 의사들이 파업할 때 이에 대한 비난을 퍼부었으며, 파업할 때 마다 임금 인상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면서도 의료보험료 인상은 반대하고, 대부분 병원 운영비로 충당되는 특진비를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행동을 보일 때가 많았다.


보건의료노동조합 서울대병원 지부는 수차례 불법파업으로 지부장이 구속되는 등 강경하기로 아주 유명했으며, 치과병원 직원도 분리 독립하기 전에는 이들 지부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병원은 분리 독립 하지만 노동조합은 같이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 하면서 60여일을 파업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별도의 법인인 서울대 치과병원과는 고용에 따른 종속관계가 없기 때문에 서울대병원노동조합을 조직할 수 없고 서울대치과병원노동조합만 설립이 가능하게 돼 있기 때문에 치과병원장께서는 별도의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서울대병원 노동조합과 대립을 했기 때문에 파업을 하게 된 것이다.


치과병원에서의 파업 시 가장 어려운 곳은 치과대학생들이 임상실습을 하는 종합 진료실이다. 마침 그때 종합 진료실장을 맡고 있어 학생 대표들과 상의를 한 결과 학생들이 파업에 참가한 3명의 조무사들을 대신해 기구를 닦고, 소독하기로 하고 종합 진료실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했다. 예년에는 파업을 이유로 종합 진료실을 운영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수십일 동안의 파업에도 불구하고 치과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자 서울대학교병원 노조원들은 치과병원 곳곳에서 농성을 하고 유리창에는 갖가지 구호를 적은 벽보로 도배를 했고, 심지어는 환자를 치료 하고 있는 진료실까지 들어와 열 댓 명이 피켓 시위를 하기에 이르렀다. 서울대병원 노조원들의 도가 지나치자 3,4 학년 원내생들과 전공의들이 힘을 모아 노조에서 붙인 불법 게시물들을 모두 떼어냈으며, 원장님의 퇴근을 막는 노조원들과 몸싸움을 하면서 떼어 내어 퇴근을 하게 한 큰 공로를 세웠다. 이후 학생들이 불법으로 붙이면 떼어내고 하다 보니 노조 파업은 저절로 시들해졌고 새로 설립된 치과병원 직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은 사측뿐 아니라 학생들과도 상생의 관계를 유지해, 사 측에서는 그들의 처우개선에 신경을 쓰고, 노 측에서는 거기에 화답해 노동 생산성 향상 노력을 해 대한민국에서 보기 드문 노사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그 당시 학습권을 지키기 위해 노동권에 대항했던 학생들 덕분이라 생각하며 지면으로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