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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치과의사문인회)-수필-]티베트 촌보 (寸步) 1) 성자(聖者)의 구걸/신덕재


2006년 10월 1일 청두(成都)의 새벽 5시 30분, 우중충한 날씨에 뿌리는 빗줄기는 ‘영혼의 땅, 윤회의 땅, 환생의 땅, 신비의 땅’ 티베트 라사(Lhasa)로 가는 길을 어둡게 만든다.
고도 4000m을 넘나드는 세계의 지붕 티베트에 가장 큰 복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고산병이다. 고산병을 간단히 설명하면 고산의 산소 부족과 낮은 기압으로 호흡곤란, 두통, 어지러움, 무기력, 식욕부진이 생기고 심하면 폐수종, 신부종 등이 발생해 죽음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예방조치로는 심호흡을 하고, 급작스런 행동이나 과격한 운동을 피하고,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자주 보아서 혈액순환을 돕고, 일정기간 즉 적응이 될 때까지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치료제로는 성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와 이뇨제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비아그라는 남 보기 남사스러워서 이뇨제만 준비를 했다.
비행기가 좌우에 고준설봉을 끼고 얄롭창포강(雅魯藏布江)으로 내려가는 모습이 마치 내가 행글라이더를 타고 계곡사이를 날아가는 듯 했다. 신(神)의 땅 라사에 도착하니 걱정했던 것 보다는 고산증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어떤 이는 도착 즉시 쓰러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푸르다 못해 파란 비취색 하늘이 흰 구름과 더불어 나를 환영하는 듯 했다. 공가 공항에서 라사 시내까지는 라사강을 따라 1시간이 걸린다. 산허리는 민둥산으로 나무 한 그루 없고 거무티티한 모습이 인간은 살 수 없고 신과 정령들만이 사는 곳 같다.


티베트의 도시형태는 고산준령 사이에 협소한 계곡을 따라 형성된 것이 보통이다. 라사 역시 주위에 우체산을 끼고 계곡이 있고, 라사강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된 티베트의 성도(省都)이다.
티베트의 주거 모습은 대부분 사각형의 네모난 2층집이다. 강우량이 적기 때문에 곡식이나 건초를 말리기 좋게 지붕이 평평한 스라브 형태이다. 또 이상하고 특이한 것은 집집마다 지붕 위에 ‘탈초’라는 5가지 색깔(靑白赤綠黃)의 깃발을 꽂아 놓았다는 것이다. 이 ‘탈초’는 세상의 모든 것 즉 청은 하늘을, 백은 구름을, 적은 부(富)를, 녹은 강과 호수를, 황은 땅을 나타내면서 하늘의 정기를 그 집에 전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한다. 1층은 짐승이나 가축들이 있고, 2층에 사람이 생활을 한다. 라사까지 가는 길 옆에 있는 집에는 탈초와 함께 중국 오성기가 걸려 있다. 합병된 나라의 설움이 베어 나온다.


오후에 ‘아름다운 공원’, ‘보석공원‘이라는 노블랑카를 찾았다. 말 그대로 주위의 삭막한 민둥산과는 달리 아름들이 자작나무 숲이 강렬한 고산의 햇빛을 막아주고 있다. 인도에서 망명정부를 이끌고 있는 14대 달라이 라마가 머물렀던 ‘여름궁전’이다. 1950년 중국의 침범으로 합병된 티베트는 고유의 티베트 문화와 중국의 ‘서남공정’이 부딪히는 충돌과 완충의 지대이다. 어디선가 어지러운 음악소리가 들렸다. 티베트의 전통무용을 곁들인 공연이 한창이다. 가만히 음악을 들어보니 우리나라의 굿거리장단과 같은 음악에 춤사위도 굿판의 만신 춤과 유사하다. 나라 잃은 설움과 한이 음악과 춤으로 나타난 듯 하다.


다음날 아침 드레풍(哲蜂寺)사원을 찾았다. ‘쌀더미’라는 뜻의 이 사원은 겔로파의 6대 사찰중 하나이며 한때는 1만명이 넘는 승려들이 수행을 했다는데 지금은 5백여명만이 절을 지키고 있다. 사원으로 올라가는 길에 마니차를 돌리며 ‘원 달러!’ 혹은 ‘원 위엔’을 외치며 구걸을 하는 성자(聖者)들이 많다. 마니차란 둥근 통 안에 경전을 넣어 놓고 이 통을 돌리면 경전을 한번 외는 효과가 있다는 수행도구이다. 구걸을 하면서도 수행도구 마니차를 놓지 않고 정진하는 모습을 보고 신심(信心)의 정도를 알 것만 같다. 조금 올라가니 큰 마니차를 수차(水差)에 의해 물레방아처럼 돌리고 있다 . 물레방아식 마니차 옆에도 보시를 받는 것인지 구걸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이 앉아서 돈을 받고 있다.


사원 안으로 들어가니 스님이 큰 돈다발을 가지고 순례자들에게 잔돈을 거슬러 주고 있다. 순례자들이 모든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