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7 (금)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문인의 향연(치과의사문인회)-수필-]티베트 촌보 (寸步) 2) 삶 삶 삶 (상)/신덕재

2006년 10월 3일


어제 포탈라궁 관람이 무리였는지 아침 기상이 깨끗하지가 않다. 산소부족이 이렇게 무서운 줄은 몰랐다. 지금까지 우리가 살면서 산소의 존재를 알고 지낸 적이 있었는가? 공해가 어떻고 오염이 어떻고 해도 나와는 관계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무심히 지내지 않았던가? 티베트에 와서 산소가 삶의 절대 필수조건이라는 것을 어리석은 자가 마치 천재의 깨달음을 깨닫듯이 알고 간다.
오늘은 버스여행이다. 시가체(Shigatse)를 거처 장체 (Gyangtse)까지 550Km의 거리를 7시간에 걸쳐 가는 버스여행이다. 시가체와 장체가 일직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가체에서 다시 동남쪽으로 라사 쪽을 향해 거슬러 올라가는 형국으로 시가체, 장체, 린붕그(Rinbung)을 꼭지점으로 하는 삼각형 형태이다.


먼저 ‘성서러운 호수’라는 4482m의 얌드록쵸 호수로 향했다. 4794m의 강바라 고개까지 올라가기 위해 수없이 많은 굽이굽이를 돌아야 한다. 허덕이며 1시간 가까이 올라가는데 6~8명으로 된 산악자전거 팀을 만났다. 자동차를 타고 올라가는데도 숨이 차고 힘든데 어떻게 자전거로 4000m가 넘는 산악을 올라갈 수 있단 말인가? 고산병은 차치 하더라도 체력이 어떻게 버티어 주느냐 말이다. 그것도 여자라면 말이다. 이는 인간의 삶이 얼마나 다양하고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 인지 가름하기 힘들게 만든다. 숨 한번 고르지 않고 힘차게 올라가는 산악자전거 팀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나의 나약함을 가쁜 숨에 언저 그냥 넘어간다.


나의 나약함은 얌드록쵸 호수를 보는 순간 어디론가 사라지고 탄성으로 변했다. 인간의 물감으로는 저 에매랄드 빛을 만들어 내지 못할 것이다. 신(神)만이 만들고 창조할 것이다. 내 손을 저 호수에 담그면 내 손은 신이 만든 물감에 물들여 지리라!
호수 길이 180km에 멀리 7200m의 카로라 설산을 이고 있는 얌드록쵸 호수는 에매랄드 빛과 어우러져 고단한 현세를 잊게 하는 듯 하다.


티베트 나사에서 네팔의 카트만두까지 이어지는 우정공로(友情公路)를 달리고 있다. 포장된 도로가 얄롭창포강을 끼고 고도를 높이며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보기에는 강폭이 좁아 보인다. 돌팔매질을 하면 충분히 강을 넘길 것 같다. 돌팔매질을 한번 해 본다. 어림도 없다. 팔매질한 돌은 코앞에 떨어지고 만다. 3시간을 달리니 넓은 들(野)이 나온다. 들이라고는 하나 사실은 산과 산 사이의 계곡이다. 좁은 강폭이 변해서 큰 들을 만든 것이다.


때는 10월 추수의 계절이다. 이곳에서는 내한(耐寒) 조생종(早生種) 식물인 라이보리 밖에 재배하지 못한다. 그래서 보리가 식생활의 주식이다. 지금 보리 수확이 한창이다. 보리 낟가리가 무더기 무더기로 쌓여 있고 도리개질 대신 경운기 뒤에 돌 롤라를 돌려 탈곡을 한다. 탈곡된 보리는 경운기에 바람개비를 달아 바람에 날려 알곡을 추수한다. 1년 농사의 댓가를 거두는 중이다. 참으로 정겨운 모습이고 그 언젠가 보았던 풍경이 내 앞에 환생한 듯 하다.


물방앗간을 지나게 됐다. 물방앗간이 우리나라의 디딜방아와 다르다. 이곳의 방앗간은 맷돌식 방아다. 보리를 찧는 것이 아니라 갈아서 보릿가루를 만드는 방앗간이다. 이 보릿가루가 이들의 주식인 짬빠다. 이 짬빠를 야크의 버터차에 이기거나 버무려서 먹으면 한 끼의 식사가 된다. 아주 소박하고 단순한 식사 방법이다. 그래도 이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사람들이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