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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치과의사문인회)-수필-]티베트 촌보 (寸步) 3) 티베트 S204번 국도-티베트의 유목생활 /신덕재

티베트 촌보 (寸步)


 


2006년 10월 4일


아침 7시인데도 장체호텔이 부산하다. 인도로 가는 관광객과 다시 라사로 떠나는 사람들로 어수선하다. 코피를 흘린 덕인지 몸이 무겁지가 않다. 그래도 4000m의 고산위력이 있는지 움직이기가 어줍잖다.


어제 저녁 운전기사가 이(齒)가 아프다고 해서 진통제를 주었는데 아침에 보니 멀쩡하다. 여행에서 일행 중 어느 누가 아프면 난감하고 그 여행은 엉망이 된다. 운전기사가 밝게 웃으니 다행이다.
오늘 여행 일정은 다시 라사로 되돌아가 세라사원(色拉寺)을 구경하는 것이다. 운전기사가 라사로 가는데 어제 온 길로 가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 지름길로 가잔다. 우리야 운전기사가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그것도 빨리 갈 수 있다니 고마울 수밖에….
어제는 포장된 도로를 편안하게 달려 왔는데 오늘은 포장도 안 된, 밭 가운데 소로(小路) 길을 왔다 갔다 한다. 그것도 길을 몰라, 지나가는 사람마다 붙잡고 길을 물어 본다. 이리 저리 밭두렁 같은 길을 한참 지나니 퇴적평야의 넓은 들이 나왔다.
이제는 일직선으로 된 비포장도로를 힘차게 달린다. 텔레비전에서나 봄직한 모습이다. 달리는 자동차의 뒷모습이 끝없는 사막에 흙먼지를 날리며 달리는 자동차 경주 같기도 하고, 물보라를 하늘 높이 솟구쳐 올리며 달리는 고속경정(競艇)과 같기도 하다. 털털거리고 균형 잡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재미는 있다.


티베트 여행이라고 하면 이렇게 비포장도로를 달려도 보고, 도로에 차바퀴가 빠져서 고생도 해야 티베트여행 다운 여행을 했다고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순수 티베트족 운전기사 덕분에 진짜 티베트 여행을 하고 있다. 1시간을 평야 같은 길을 달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1000m가 넘는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여기도 비포장이다. 왕복 1차선이다. 한 굽이를 돌때마다 낭떠러지가 나타난다. 앞에서 차가 오면 움직일 수가 없다. 뒤에는 수십 길 낭떠러지이고 앞은 피할 곳이 없는 좁은 길이다. 굽이는 급커브다. 한번 아차하면 끝장이다. 천 길 낭떠러지로 곤두박질 칠 판이다. 손에서 땀이 난다. 숨이 헉헉 막혀 온다. 이런 여행이 정말 재미있는 여행 일까?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숨차게 달려 5000m가 넘는 용라산 마루턱에 도달했다. 말로는 6000m가 된다고도 한다. 마루턱에는 쵸르덴(돌무덤, 우리의 성황당)이 있고 오색 깃발의 타르쵸가 있다. 무사히 용라산 마루턱에 온 것을 감사히 생각하여 쵸르덴에 돌 하나를 언진다. 용라산 마루턱까지 오는 동안 나무 한 그루 보지 못했다. 단지 알 수 없는 짧은 억샌 풀만이 온 산을 덮고 있다. 황량하기 끝이 없다. 생명의 위험이 어떻고, 볼거리가 없다느니, 황량하다느니 하지만 이번 티베트 S204국도 여행이야말로 나에게는 가장 멋지고 산 경험의 여행인 것 같다.
용라산 마루턱을 넘어 10분을 가니 한 무리의 야크떼가 우리를 반긴다. 무서워 식은땀을 흘리며 거칠고 삭막한 산길을 달리다 생명을 가진 중생을 만나니 나 또한 야크와 다를 바 없는 미물에 지나지 않네….


야크떼와 더불어 멋진 ‘여름궁전’이 있다.(내가 지은 이름이다). 티베트인이 여름에 푸른 초원을 찾아 올라와 한여름을 야크떼나 양떼와 지내는 유목가옥인 여름궁전인 것이다. 비록 야크 똥으로 담을 치장하고 가축 분뇨를 땔감으로 쓰나 서울의 비싼 아파트가 부럽지 않네…. 
나는 서울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 티베트에 왔다.


“바위산에 모여 사는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이곳에는 신기한 결혼관습이 있다. 처녀를 아내로 맞으려는 남자가 한 사람도 없다. 왜냐하면 남자 경험이 없는 여자는 신을 기쁘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남자 경험이 많은 신부를 좋아 한단다. 행여 여행객이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려 하면 수십 명의 처녀들이 와서 같이 자기를 바란다고 한다. 하룻밤을 같이 잔 여행객은 정표로 장신구를 준다고 한다. 어떤 처녀는 이런 장신구를 20개나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많은 장신구를 가진 여자는 가장 존경을 받고 가장 훌륭한 아내가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