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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치과의사문인회)-수필-]티베트 촌보 (寸步) 4) 영혼까지 비추는 하늘호수 남쵸(Namtso)/신덕재


2006년 10월 5일


‘하늘호수’라는 남쵸(Namtso 納木錯)를 가는 날이다. 하늘호수라고 하니 유시화의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이 생각난다. 유시화는 인도의 어느 시골집에 누워 구멍 난 지붕사이로 밤하늘의 별빛을 보면서, 동그란 구멍에 비친 별이 마치 하늘에 호수가 매달려 있는 것 같다고 하여 이렇게 표현을 했다. 오늘 가는 남쵸 호수도 별이 빛나고 하늘에 매달린 호수일까?
남쵸를 향해 나서니 어제까지만 해도 민둥산이었던 주위의 산들이 새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 간밤에 눈이 온 모양이다. 하늘도 꾸물꾸물하다. 눈이 올 것만 같다. 여행에서 날씨 좋은 것이 큰 혜택인데 오늘은 아닌 모양이다.


남쵸(Namtso) 호수는 라사에서 서북쪽으로 200km 떨어진 곳에 있다. 청짱열차가 지나는 곳이다. 남쵸 호수는 해발 4718m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소금호수다. 남미의 티티카카호보다도 높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고 해서 ‘하늘호수’라고 한다. 유시화의 ‘하늘호수’와는 완전히 다르다. 영혼까지 비춘다는 남쵸의 하늘호수는 유시화의 하늘호수처럼 하늘에 호수가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별들이 남쵸 호수로 쏟아져 내려와 호수 속에 하늘이 담겨있다.


5150m의 라겐라(Largenla) 고개로 향할수록 눈발이 세지고 바람이 거세다. 라겐라에 도착하니 주위에 눈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이 고개에서 남쵸 호수를 보면 그림 같은 호수 주위에 유목민들이 현세의 고달픔을 잊고 야크와 더불어 평화롭게 노니는 모습이 일품이라고 하는데 오늘은 심술궂은 날씨 때문에, 아니 풍진에 찌든 이내 몸 때문에 영혼의 하늘호수 일품을 못 봐 아쉽다.
호수 가까이 가니 부부바위가 우리를 반긴다. 멀리 7000m급 넨젠탕그라 산맥의 설봉이 남색 호수에 잠겨 있다. 부부바위의 유래나 전설은 알 수 없지만 바위위에 달린 타르쵸를 보면 영험한 부부바위임에 틀림없다. 소원 하나를 부부바위에 빌어볼까 하는데 찬바람이 옷소매를 파고든다. 어설픈 나그네의 소원을 받을 수 없단다. 찌든 때를 좀 더 씻고 마음을 정갈하게 하란다.


남쵸 호수로 올라가고 내려오는 길의 교통법규가 특이하다. 보통 교통법규는 ‘이 지점의 제한속도는 몇몇 킬로미터’라고 하는데 이 곳의 지정속도는 일정 구간 내에서 총 소요시간을 준다는 것이다. 즉 ‘남쵸 호수 입구에서 라겐라 고개까지 총 시간은 30분이다’라고 하면 그 구간 내에서는 어떻게 달리던 30분만 채우면 되는 것이다. 지정된 30분을 못 채운다거나 넘기는 경우에는 벌금을 부과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빨리 달린 차는 시간이 남아서 점검지점 앞에 차를 세워 놓고 30분이 되기를 기다리게 된다. 티베트인의 생각이 재미있다.


남쵸 호수 입구인 담숭(Damshung) 삼거리에 나오니 점심때가 됐다. 식당에 한 무리의 티베트족이 모여서 무엇을 흥정하고 있다. 티베트족이 우리를 보더니 날쌔게 달려왔다. 비닐봉지에 들어있는 것을 사라고 한다. 동충하초(冬蟲夏草)다. 처음 본다. 밑 부분은 누에 애벌레 같고 위는 까만뿔처럼 생겼다. 신비의 신약(神藥)이란다.


동충하초(Cordyceps sinensis)는 맥각균의 일종이 나방, 매미, 잠자리 등의 성충 및 유충에 기생하여 만들어지는 것으로 겨울에는 벌레였던 것이 여름이 되면 버섯으로 변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동충하초는 폐를 보호하고 신장을 튼튼하게 하는 영양 강장제로 면역기능을 강화한다고 한다. 또한 종양 억제율이 83%이고 마약중독의 해독재로 쓰인다고 한다. 특히 고산 4000m 이상에서 채집한 티베트산 동충하초의 약효가 가장 좋다고 한다.


나와 같이 여행을 계속한 스루가이드가 티베트산 동충하초를 보더니 정신이 나간다. 순수 티베트족인 운전기사의 조언으로 3000위엔 어치의 동충하초를 샀다. 우리나라 돈으로 39만원이다. 중국에서는 매우 큰 돈이다. 거금을 들여 산 스루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이 정도의 양이면 3만위엔이 넘는다고 한다. 공짜란다. 또 품질은 순수 티베트 운전기사로부터 보증 받았기 때문에 가짜를 걱정할 필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