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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수필]티베트 촌보 (寸步) (마지막회) 5) 하늘철도 청짱기차(靑藏汽車)를 타다/신덕재

 

 


오늘이 2006년 10월 6일이니 하늘철도가 열린지 석달하고 5일이 지났다. 서울에서 이 기차를 타려고 무진 애를 썼다. 우선 기차표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중간 지점인 시닝(西寧)에서 라사를 가려면 북경에서부터 기차표를 사야 한단다. 즉 중간에 타도 전 구간 요금을 내야 한단다. 그것도 표가 없단다. 하늘열차를 타고 라사로 들어갔다 나오려던 나의 계획을 바꿔 라사로 들어 갈 때는 비행기로 들어가고 나올 때 시닝까지 하늘열차를 타고 나오기로 했다. 그런데 이것마저도 표 사기가 어려웠다. 서울 출발 하루 전에야 겨우 라사-시닝 열차표를 샀다는 연락을 받았다. 어렵게 기차표를 샀다고 하니 아마도 많은 웃돈을 주고 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9시 30분 출발  1시간 전 라사 역에 도착했다. 사람이 많다. 현지 티베트족이 많았다. 티베트족 특유의 옷차림이다. 야크나 양털로 짠 다양한 색상의 모직 망토를 어깨 위에 걸치고  남자는 헐렁한 바지를 입고 여자는 치마를 입었다. 여자는 머리를 가늘게 꼬아 발처럼 늘어 뜨렸다. 이마에 끈을 매서 등짐을 졌다. 티베트인들은 평생에 세 번 밖에 목욕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말이 사실인지 티베트족 근처에 가니 냄새가 좀 났다. 인간 본성의 냄새다. 향수나 화장으로 치장한 외국인의 냄새보다는 정겨움이 있다. 사람이면 사람다워서 사람 냄새가 나야지 사람 냄새가 아닌 꽃 냄새가 나서야 되겠는가?


하늘열차의 내부는 깨끗하고 산뜻했다. 고급침대칸에 사람이 없다. 서울에서는 그렇게 기차표 사기가 어렵다고 했는데 사람이 없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네 명이 타는 한 칸에 두 명이 독차지 했다. 다른 침대칸도 텅텅 비었다. 두 명이 편하게 가게 되어 좋았지만 속은 기분이다.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기차표 발매를 북경에서 주로 하기 때문이란다. 전산화가 제대로 되지 않은 이유도 한몫을 한다. 또 공산 사회주의의 불합리성과 만연된 부정의 일부이기도 하다.
산소 공습기도 있고, TV도 있고, 시계도 있고, 탁자도 산뜻하고, 화장실도 깨끗하고, 공동 세면대도 있고, 실내는 넓고 쾌적하다. 하늘열차를 탄 기분이 마치 은하철도 999를 탄 기분이고 모습이다. 어린 소년이 된 기분으로 은하철도 999 노래를 불러본다.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엔 햇빛이 쏟아지네
행복 찾는 나그네의 눈동자는 불타오르고
엄마 잃은 소년의 가슴엔 그리움이 솟아오르고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99

 

기차는 은하수 건너서 밝은 빛의 바다로
끝없는 레일 위엔  햇빛이 부서지네
꿈을 찾는 방랑자의 가슴에선 찬바람 일고
엄마 잃은 소년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차 있네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99…."

 

하늘열차는 설레고 애뜻한 소년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강을 건너고, 들판을 지나고, 동네를 지나고, 터널을 지나 하늘에 가장 가까운 탕그라산(Tanggula 唐古拉山)을 향해 설산을 끼고 돌았다가는 없어지고 없어지는 듯 하다가는 다시 나타나는 긴 숨바꼭질을 한다.


시닝까지 소요시간 26시간 40분이라는 말 자체만 들어도 질리고 몸이 피곤해 지는 긴 여행에서 식사시간은 새로운 활력을 주고 여행의 참맛을 맛보게 한다. 식사 때가 되니 하늘열차에서도 한국 기차에서처럼 “도시락 왔어요! 김밥 왔어요!, 오징어 땅콩 왔어요!” 하면서 지나간다.
식당 칸에 가니 돗대기 시장통이다. 알지 못하는 중국 여자 승객 앞에 합석을 하고 주문을 했다. 음식 이름은 알 수 없지만 돼지 삼겹살에 마늘잎을 넣어 볶은 것과 양고기에 피망고추를 넣어 볶은 음식을 밥과 함께 시켰다. 밥맛도 밥맛이지만 중국 사람들의 식사하는 모습이 하도 요란스럽고 부산스러워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밥맛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사람 사는 모습이다. 만약 식당 칸에 정막 만이 흐르고 우리만이 있었다면 산해진미가 있다한들 무슨 맛 이었겠는가? 아마 죽을 맛일 것이다.


식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