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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수필]6달러짜리 위조지폐/김영호

어느 날 누군가가 다가와서 ‘당신은 진짜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당신은 당황할 것입니다. 질문의 의도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냐는 건지, 흔히 사람들을 평가할 때 ‘그 사람 진국이야’라고 할 때의 ‘진국’의 의미인지,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냐는 건지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혹 여자 분들은 지금 지니고 있는 가짜 티파니 목걸이나 프라다 백이 진짜 명품인지를 묻는 줄 알고 깜짝 놀랄지도 모르지요.


‘진짜’와 ‘가짜’는 그 단어를 읽기만 해도 의미가 명쾌하게 다가오는 듯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한 목사님이 강연을 하시던 중에 “여러분들 중에서 6달러짜리 위조지폐에 대해 들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라고 청중들에게 질문하셨습니다. ‘6달러짜리 위조지폐?, 누가 있지도 않은 돈을 가짜로 만들겠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는 말씀을 이어가셨습니다. “물론 바보 범죄자들이 아닌 한 6달러짜리 위조지폐는 만들지 않을 겁니다. 가짜는 진짜가 존재해야 비로소 그 의미를 지닙니다. 1달러짜리 위조지폐는 진짜 1달러짜리 지폐가 있으므로 존재하는 것이지요. 가짜 로렉스 시계가 있다는 것은 진짜 로렉스 시계가 있다는 반증입니다. 그 동안 가짜 예수도 출현하였지요?”


그분의 말씀을 들으며 받은 충격은 가짜를 통하여 진짜를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새로운 시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가짜라는 정의가 ‘거짓을 참인 것처럼 꾸민 것’이라는 사전적인 해석도 어떤 의미에서는 그 맥락을 같이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진짜를 모방하지 않는 가짜는 엄밀한 의미의 가짜는 아니란 얘기지요.


반면 ‘엉터리’는 ‘터무니없는 말이나 행동, 또는 그런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일컬으므로 ‘진짜가 없는 가짜’는 혹시 이 항목에 속하는 것이 아닐는지요? 그렇다면 6달러짜리 위조지폐는 가짜 지폐가 아닌 엉터리 지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자신을 돌이켜 보니 혹시 저야말로 6달러짜리 아니면 7달러짜리 위조지폐는 아닌가 걱정이 앞섭니다.
‘껍데기는 가라!’라고 외친 어느 시인의 마음에도 엉터리에 관한 혐오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진짜가 아닌 제게 ‘제발 가짜라도 되거라!’라고 외치는 것 같아 주위를 살펴보고 종종걸음 쳐 연구실로 들어옵니다. 여러분, 어떻게 하면 진짜가 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