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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시와 수필]청와새/김영훈

 

 

백악이 바라다 보이는 효자동 집으로 내가 이사 온 것은 꽤 오래다.
몇 십 년 전의 그 때만해도 백악의 자락에서 인가로 날아드는 참새는 많았다. 이른 아침 혹은 석양 무렵엔, 새들이 산 둘레에 있는 집들의 담장이나 울타리가 마치 저들의 마을회관인양 모여 무슨 토론이라도 하듯이 짹짹거리는 때깔 좋은 소리가 별천지를 이루었다.
당시는 비포장도로가 많아서 새들도 맨땅의 골목이나 뜰로 내려서서 철따라 먹이를 즐기는 것도 같았다.


점차 발전해가며 큰길에서 골목으로 아스팔트가 깔리고 여느 집 마당이든 시멘트 포장의 면적도 늘어나 자연히 벌레나 곤충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자 참새들은 어느 빈곤한 나라의 백성처럼 기아에 허덕이다가 더러는 개밥을 훔쳐 먹기도 하지만 간혹 개의 발놀림에 치어 죽은 새들도 늘어났다. 마침 그때 청와대 뒷산으로부터 큰 새가 민정시찰이나 하듯이 넓은 날개를 펴고 근방을 떠돌다가 돌아서는 것도 가끔 볼 수 있었다.


나는 그 광경을 보고 큰 새가 흡사 청와대의 민정반원 같이 비치어 ‘청와새’라 이름 지어 불렀다.
한 때는 민주와 투쟁으로 서울의 보도블록이 수난을 당하고 또 화염병은 지난 세월의 상처마냥 장식화되었는데 이제는 그‘청와새’가 뜬 구름만 보지 않고 한강 넘어서 곳곳까지 잘 살피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성수대교의 붕괴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고 알찬 복지국가를 꿈꾸는 모습이 제 3의 내 시집에 확연히 실린 ‘청와새’를 나는 새삼스럽게 읽어본다.

 

 

청 와 새


청와대가 산자락을 두르고 있어
백악산은 더 고적하게 보인다
그 주변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새들의 지저귐이 자주 일어난다

 

벌레 한 마리 없는 하늘같이
인근 동네마다 포장된 메마른 길
참새들이 먹이 찾아 헤매다가
개밥을 쪼다 개발에 차인다

 

청와산*에서 가끔 날아오는 큰 새
민가를 시찰하는 듯이 떠다니다가
담장에 내려 뜬 구름만 쳐다보고
날아가는 놈을‘청와새’라 한다

 

새들이 머물다 떠난 담벼락에서
배설물을 긁어모아, 푹 삭혀 넣고
말없이 초목을 거느린 저 산처럼
새싹을 심어 꽃을 피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