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 !”
곁에 있던 ‘죠이’의 날카로운 고함소리와 동시에 철봉 굵기의 300호 장대가 활처럼 휘어지며 대를 꽂아둔 용암의 거친 틈에서 뿌지직 소리가 났다.
순간, 거의 반사적으로 낚싯대를 뽑아 세웠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고기의 힘에 몸의 균형을 유지하기조차 힘에 겨워 무의식적으로 너 댓 걸음이나 뒤로 물러섰다.

스풀을 닫고 드랙을 조이며 제압을 시도했으나 쌔액- 하는 비명과 함께 ‘다이와 인퍼니트’ 릴의 휠이 무서운 속도로 역회전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떠한 시도도 해볼 수가 없다. 가능한 한 안정된 자세로 버티며 힘겨루기를 시작할 기회가 오길 기다릴 뿐이다.

마구 돌아가는 휠을 제어하기 위해 재빨리 드랙을 좀 더 조이자 낚싯대가 거꾸로 처박힐 기세다. 육중한 ‘다이와 인퍼니트’릴에 감긴 케블러 합사 12호 원줄의 길이는 겨우 200m정도다. 그런데 벌써 100m 가 넘게 차고나갔다. 줄이 다 풀려 나가도록 제압을 못한다면 그 순간 원줄이 끊어지거나 낚싯대가 박살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토록 꿈에 그리던 사투는 바야흐로 시작되었다. 서울에서부터 4000km가 넘게 날아와 이 외딴 섬의 10미터가 넘는 깎아지른 절벽 위에서 벌어진 남태평양 거물과의 한판 승부….
무려 150파운드의 장력을 자랑하는 12호 케블러 원줄이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위태롭다.

반원을 그린 낚싯대를 한껏 치켜세우고 휘청거리며 온몸으로 버티는 모습이 너무 불안한지 ‘사이판’에서부터 따라온 현지 낚시가이드 ‘페트리’가 잔뜩 웅크린 채 뒤에서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200미터나 감겨있던 줄이 거의 다 풀려나간 후 드랙을 좀 더 조이고 줄을 모으기 위해 조금씩 힘겨운 릴링을 시도했다. 있는 힘껏 낚싯대를 뒤로 젖혀들자 5.4미터 길이의 탄탄한 300호대가 ‘오메가’ 모양으로 휘어진다. 딱 부러지기 직전이다.

순간 갑자기 낚싯줄이 탁 풀리는 바람에 하마터면 뒤로 나가떨어질 뻔 했다. 줄이 끊어져버렸나 싶었는데 별안간 정면으로 치달으면서 마구 잡아끄는 무서운 힘에 허리를 붙잡아 준 ‘페트리’가 아니었으면 그대로 엎어질 뻔 했다.

헉헉거리며 간신히 몸의 균형을 잡자마자 이번엔 오른쪽으로 달아나며 위로 치솟아 올라 일순간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눕혔던 낚싯대와 줄이 직선상에 놓일 뻔 했다. 낚싯대와 줄이 직선상으로 정렬되면 낚싯대의 탄력을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순간 원줄이 터지는 것은 정한 이치!

스풀을 젖히고 스르륵 줄을 풀어주다가 재빨리 닫으며 반대쪽으로 잡아채자 어느새 직 하방으로 방향을 바꾼다. 이건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다. 벌써 후들거리기 시작한 내 팔다리의 힘이 이토록 보잘 것 없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연신 삥삥거리며 신음하는 낚싯줄도 그렇고 300호나 되는 굵은 낚싯대까지도 마디마디에서 뿌드득 뿌드득 비명을 지르는 것이 아무래도 끝까지 버티어 줄성싶지 않았다.

접전 10분 만에 나는 손발이 다 부들부들 떨리고 전신에 땀이 비 오듯 흐르는데 그 괴물은 조금도 지칠 줄을 몰랐다. 원줄이 다 풀리면 그 순간 게임은 패전이다. 이젠 고작 10미터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아 드랙을 좀 더 조이고 이를 악물어가며 릴링을 시작했다. 내가 열나게 감아 들이는 속도와 역회전으로 풀려나가는 속도 중 어느 것이 더 빠른지 전혀 예측이 불가능했다.

한참을 씨름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번엔 자로 잰 듯 벼랑의 왼쪽 모서리로 치닫는다. 날카로운 암초가 수면 위로 솟아 있는 곳까지 불과 30미터밖에 안 남았다.
그 녀석이 암초 뒤쪽으로 낚싯줄을 감아 도는 순간 곧바로 모든 상황은 끝난다. 사력을 다해 릴링을 시도해보았으나 역부족이다. 더 빨리 릴을 돌릴 순 없었다. 급한 김에 마구 뒷걸음질을 치자 후방의 깊은 바위틈을 발견한 ‘죠이’가 고함친다.

“데인져! 데인져! 테이크 케어….”
위험을 직감한 ‘페트리’가 달려와 미리 돌 사이에 쇠말뚝으로 고정시켜둔 로프의 한쪽 끝을 내 바지벨트에 잽싸게 묶어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