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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소설]김영진/남양의 절벽위에 서다 (3

 


<1546호에 이어 계속>
장마철이 되어 비가 많이 내리면 온 들녘에 붕어와 미꾸라지, 피라미 떼들이 넘쳐났다. 대나무로 엮은 기다란 시험관 같은 ‘용수’를 밤새 경치 좋은 동네 앞 냇가의 지천이었던 도랑에 거꾸로 박아두면 더 이상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지 못하게 된 미꾸라지 떼들이 용수 속에서 와글댔다. 용수란 원래 술독에 박아놓고 안에 고이는 막걸리를 떠내기 위한 용구였지만 때로는 아주 좋은 어구가 되어주곤 했다.
이른 아침에 녀석들 몰래 살금살금 다가가 용수의 주둥이를 쳐들기만 하면 미꾸라지들의 소유권은 모조리 내게로 넘어온다. 그걸 여기저기 몇 개만 설치해두면 몇 바가지씩 수확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아니면 곡식에서 모래를 걸러낼 때 쓰는 ‘얼레미’같은 것들로 도랑에서 시글시글 소란을 떨던 붕어나 피라미 녀석들을 마구 ‘바께스’에 쓸어 담아 와도 된다. 그러면 어머니께서는 으레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피고 얼큰한 추어탕이나 시래기매운탕을 끓이시곤 했다.
중학교 다닐 때부터 시작했던 붕어 낚시는 내가 다양한 낚시를 즐기는 진짜 낚시꾼으로 성장하게 하는 동기를 마련해 주었다. ‘시누대’를 끼워 맞춘 울긋불긋한 대나무 낚싯대로부터 지금 사용하는 최고급 ‘하이카본 슈퍼플렉스’ 낚싯대까지 그 발전사를 모조리 외울 수 있다.
떡밥이나 새우를 미끼로 하는 붕어나 잉어낚시, ‘스푼루어’를 사용하는 쏘가리낚시도 즐긴다. ‘웜’으로 하는 배스낚시, 그림자조차 숨겨가며 ‘플라이’를 캐스팅해야하는 산천어나 송어낚시는 조용하면서도 긴박한 스릴에 넘친다.


견지에 구더기를 미끼로 하는 빙어나 끄리, 멍짜 낚시도 한다. 씨고기를 앞에 달고 유인하며 물 맑은 하천에서 낚아 올리는 은어낚시도 재미있다. 은어는 산 채로 썰어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야 제 맛이 나는데 시원하면서도 상큼한 수박 향이 일품이다.
은어가 잡히는 산 좋고 물 맑은 냇가 그늘아래 돗자리 한 장 깔고 금방 잡은 은어 회에 소주라도 몇 잔 곁들이면 세상사 부러울 게 없어진다.


바다낚시는 구멍찌낚시가 제일 예술적이다. 일정한 깊이를 유지하도록 실로 묶은 ‘스토퍼’를 낚싯줄에 단다. 그리고 ‘스토퍼’를 통과하지 못하는 작은 구멍이 뚫린 동그란 구멍 찌를 줄에 끼우면 일정한 수심을 유지하면서 바닥에 걸리지 않게 조류에 따라 미끼를 회유시킬 수 있다. 고기가 입질을 하면 빨갛고 노랗게 색칠을 한 찌가 서서히 물속으로 잠겨든다.
주로 도미종류를 노리는 이러한 낚시들은 박력과 묘미가 넘친다. 푸르른 바닷물 속으로 빨려가는 찌, 역동적인 챔 질의 순간과 휘어지며 경련하는 낚싯대, 피잉 울어대는 낚싯줄, 그리고 끌려나오면서 수면을 박차고 물보라를 일으키는 녀석들!


모두가 상상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장면들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다 심지어 가짜 ‘웜’ 미끼에 지독한 썩은 냄새를 풍기는 통조림 ‘소스’를 잔뜩 발라서 낚는 미국 ‘인디애나 주’의 ‘챤넬메기’낚시나 1달러에 꼭 스무 마리씩 파는 멸치만한 생미끼로 낚는 ‘스몰마우스 배스’, 콩알만 한 가짜 야광충으로 유인해 낚는 ‘미시간 호’의 괴물 ‘스틸헤드’ 낚시에서부터 바다에서 끌어올린 후 엽총으로 사살해야만 하는 ‘알래스카’의 거대한 광어 ‘헬리버트’, 강가에서 즐기는 ‘킹 새먼’ 낚시까지 안 해본 것이 없다.
하지만 내가 해본 한 바다낚시의 진수는 누가 뭐라고 해도 역시 제주도의 부시리 낚시다. 부시리는 일본말로 ‘히라쓰’라고 불리는 고급 어종인데 방어와 비슷하게 생겨서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천대받기 일쑤이다.


부시리 낚시를 위해서는 노력과 시간과 경비를 참으로 많이 투입해야 한다. 일단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서 제주에 간 다음 멀리 있는 작은 포구로 이동하는 데만 시간과 비용의 지출이 크다. 꼭 새벽녘에 출조해야 하므로 1박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낚시 포인트까지 한 시간 이상의 항해를 해야 하므로 최소한 5톤이 넘는 어선을 전세 내되 2명이상 탔다가는 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