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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시]이영혜/경계

경계

 

몇 달 전, 우리 작은 놈, 지프차 바퀴에 발끝이 1cm 쯤 살짝 물렸다가 빠져나왔었지요. 며칠 후 그 엄지발톱은 밤하늘의 조각달이 되어 버렸구요. 급정거한 그 지프차와 작은 놈 사이의 공간, 너무 얇아서 숨이 턱 막혔답니다.

 

수술대 위에 누워서, 수백 촉 수술 등의 눈알들을 보다가 숫자를 세지요. 누구, 열을 세어본 사람 있나요? 밝음에서 어둠으로 이동하는 시간의 경계는 숫자 열을 넘지 않더라구요. 아 물론, 식물인간이 되어 아주 두꺼운 생사의 경계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이들도 더러 있기는 하지요. 그 어느 쪽으로도 다가갈 수 없는 캄캄한 늪에서 말예요.


오늘 아침에도 바퀴 달린 아이들을 내보내고, 내 코앞으로는 열차가 달려오고, 그것도 모자라 총알택시를 타고 집으로 오기도 하지요. 내일 아침 햇살이 다시 눈꺼풀을 띄워 줄 것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고 잠이 들고요. 아직 내 책은 넘길 페이지가 많이 남았다고 믿으면서요.

 

언젠가는 문득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그 캄캄한 시공의 경계를 혼자 건너가야겠지요. 내 책은 얼마나 두꺼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