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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시]김영훈/홍수에 부쳐

 

억수로 쏟아지는 하늘의 물줄기는
신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
가슴을 치받고 지붕마저 휩쓸어
세상은 온통 섬이 된 기슭에 선다

 

탯줄로 잇는 강둑은 무너지고
갈매기도 쉴 수 없는 바다가 되어
목숨까지 끌어가는 황토물
한사코 어미를 찾아 한바다로 간다

숲은 드디어 죽어가고
허물어진 자연의 원혼들은
천둥과 낙뢰로 들녘을 헤매다가
때 묻은 흉터를 덮어버린다

 

이 땅에서 우린 중금속 뒤집어 쓰고
중증의 산모로 드러누워
새싹들에 검은 양수를 빨리며
어떤 환생을 꿈꾸게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