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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수필]금강산 하이 스토리 (하)/이병태

 

 

<1569호에 이어>

 

3. 남편 살린 도라지

예쁜이와 강쇠는 금강산 한 골짜기에서 신혼을 꾸리며 재미있게 살고 있었다.
강쇠는 나무하고 예쁜이는 밥하고 빨래하면서 아주 행복하게 살았다. 어느 날 뜻밖에도 강쇠는 나무하다가 절벽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보통 때와는 달리 남편은 심하게 앓았다. 타박상에 도라지가 약(藥)이라는 말을 듣고 예쁜이는 도라지를 캐려고 옥류동으로 들어섰다.
너무도 많은 꽃들이 피어 있어서 도라지꽃은 보이질 않았다.


천초만화(千草萬化)중에 도라지는 어디 있을까. 예쁜이 눈은 남편 강쇠에 쓸 도라지 꽃을 보려고 여기저기를 살피고 있었다. 도라지꽃이 보이질 않았다. 예쁜이가 옥류동을 떠나려고 할 때였다. 건너편 절벽 밑에 백도라지가 소담스럽게 피어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예쁜이는 단숨에 달려가서 캤다. 행여나 뿌리가 상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캤다. 한 뿌리만 캐냈는데 바구니가 넘쳤다.
예쁜이 입에서는 흥얼거리듯 노래가 흘러 나왔다. 예쁜이는 재빨리 집으로 돌아와 참기름에 볶아서 남편 강쇠에게 먹였다.


강쇠는 맛있게 먹었다. 예쁜이의 정성 때문에 더 맛있게 먹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서 강쇠는 거뜬해졌고 다시 나무를 할 수 있었다.
예쁜이가 흥얼거리던 도라지 타령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 금강산 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퍼지게 되었다.

 

4. 도라지 타령 그리고 男과 女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아리랑과 도라지 타령을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학교에서 배워서라기보다는 그냥 들어서 알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필자도 이 두 민요를 책에서 배우기 이전에 이미 알고 있었는데 어딘지 도라지타령이 더 좋고, 뭔가 흐뭇한 감정으로 와 닿음을 느껴왔다.
이 도라지는 설날과 추석 제례상에도 올라 무척 애착이 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밭에 도라지를 심어 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지난날 누군가가 필자에게 일러 주었다.


도라지는 남성 남근
심심산천은 두 허벅지 사이
대광우리(대바구니)는 여성


이 말을 듣는 순간 필자는 당황하였다.
초등학교 학예회 때 처음 본 민속춤과 도라지 타령에서 뭔가 모르게 흐뭇함과 깨끗하고 순수했던 마음에 색다른 느낌이 확 들었기 때문이다.
지나친 공상가들이 지어낸 말처럼 들렸다.
등산과 여행을 하면서 전설이거나 설화라면 빼놓지 않고 쪽지에 적어왔지만 이 이야기는 너무나 황당한 생각이 들어 적어 놓지 않고 있었다.
도라지 타령에 관한 이 이야기는 잊어버리려고 하였으나 이번 내금강 관광길에서 금강산의 도라지 전설을 듣게 되어 쓸까말까 궁리 끝에 나름대로 도라지를 총정리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