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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수필]깨달음 /이 재 호 ·이재호 치과의원 원장


이 세상은 신비로움과 의문으로 가득 차 있다. 어찌하여 마른 가지에서 꽃이 피고 장미는 붉고 벚꽃은 흰가?


깨달음의 정신세계는 내게 동경의 세계였고 의문이었다. 처음 불교의 깨달음이라는 단어를 들은 것은 중학교때 고향의 포교당에서 였다.
눈빛이 깊은 어느 젊은 스님에게서 불교 교리를 배우면서 승려들이 다다르고 싶은 깨달음의 정신세계. 오도의 경지를 들으면서 처음으로 동경의 씨앗을 심었다. 대학생 청년기를 지나면서 그 동경의 세계를 그리며 이 책 저 책을 뒤적이고 스님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깨달음의 세계를 물어 보기도 했다.
참선을 흉내내보기도 했지만 깨달음의 꼬리도 보지 못한 채 동경과 의문만 더해 갔다.
깨달음의 세계는 특별히 있는 것일까?


육신을 가진 인간이 인간 정신의 범주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삼년간 토굴에서 면박 수행하고 단지로 결의를 다진 스님은 오도의 경지에 이른 것 같아 이것저것 집요하게 물어 보았다. 깨달음을 얻고 나면 어떤 변화가 있고 몸과 마음은 어떤 상태이며 정말 평상시와 완전히 틀린 정신세계가 있는지 의문을 나타내었다.
스님은 빙그레 웃으면서 세상이 즐거워진다고 했다. 바람소리도 즐겁고 달 뜨는 것도 즐겁다고 했다. 매일 매일 좋은 날이라는 옛 스님들과 비슷한 이야기였다. 진정한 즐거움,
 법열이라고 이해되지만 대승불교에서 자기만 즐거워진다면 중생과 고통을 함께 하겠다는 불교정신과 어긋나지 않는가?


지옥의 모든 중생을 구하고 마지막으로 극락으로 가겠다는 지장보살은 어떻게 된 것일까?
조주선사는 팔십 평생을 천하를 주유하면서 선지식을 찾고 깨달음을 찾아 헤매었다. 팔십이 넘어 그 분이 한 이 말은 평상심이 도(道)라 하였다.
설날이면 떡국을 끓여먹고 해 뜨면 즐거운 마음으로 들로 나가고 가을이면 곡식을 거두는 마음. 도라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노자나 장자처럼 자연과 하나 된 마음. 자연 중에서 잘난 것도 없고 못난 것도 없는 평범한 존재.
그 마음 평상심(平常心)이 도(道)라는 것이다.
오도송(悟道頌)이란 깨달음을 얻는 순간의 감격을 읊은 선시다.
법정스님이 편집한 오도송도 있고 여러 권의 오도송이 있다.
이것저것 읽어보면서 신비와 의문만 더해갔다.


부처님, 석가모니가 읊은 오도송은 간결하면서도 수긍이 갔다.
‘깨달치 못했을 때는 세상이 성(城)이더니 깨달고 나니 세상은 공(空)이더라.’ 걸림이 없는 마음, 그럴 수 있겠구나 했다. 조주선사의 평상심과도 비슷하다.
그런데 효봉스님의 오도송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바다 밑 제비둥지에서 사슴이 알을 낳고 불속 거미집에서 고기가 차를 달인다. 이 집안의 소식을 뉘 있어 알아 볼 건가. 흰 구름은 서쪽으로 날으니 달은 동쪽으로 달리네.’
이 시를 정신과 의사한테 보여주면서 이 시를 지은 사람의 정신 상태를 물어보았다. 한마디로 정상이 아니라고 했다. 환상 속에 사로잡힌 무슨 정신병 상태라고 했다. 효봉스님의 오도송이라고 했더니 놀라면서 그러면 정신병 상태는 아닐 것이고 자기는 모르겠다고 손을 저었다. 인간의 가장 평범한 평균치를 정상으로 보는 정신과 의사의 한계이겠지만 의문은 더하여 가기만 했다. 성철스님의 오도송도 온통 의문만 더하게 했다.


번뇌로 가득한 세상에서 번뇌 없는 세상으로 가겠다고 아제 아제 바라아제를 독송하며 참선하는 스님들과 평상심이 도라는 조주선사와 지옥에 한 사람의 중생이 있어도 극락에 가지 않겠다는 지장보살.
의문과 동경은 빙글빙글 돌기만 한다. 지구는 신비와 경이로 가득 차 있다. 황량한 우주의 오아시스.
깨달음의 정신세계도 동경과 의문으로 가득 찬 세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