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6 (목)

  • 맑음동두천 19.9℃
  • 맑음강릉 20.8℃
  • 맑음서울 21.2℃
  • 구름조금대전 21.9℃
  • 흐림대구 19.0℃
  • 구름많음울산 21.0℃
  • 구름많음광주 22.5℃
  • 구름많음부산 23.1℃
  • 구름많음고창 22.6℃
  • 구름조금제주 25.8℃
  • 맑음강화 19.7℃
  • 구름조금보은 19.7℃
  • 구름많음금산 20.0℃
  • 구름조금강진군 23.7℃
  • 구름많음경주시 ℃
  • 구름많음거제 21.5℃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문인의 향연/수필]Born to be a teacher/김영호

지난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선생님에 대한 느낌은 각별하여 부모님이나 주위 분들께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씀을 듣고 매사에 선생님을 뵐 때 조심스러우며 일종의 외경심을 가지고 지내왔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요즘의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 들어 보면 최근 들어서는 학생들이 선생님을 존경하는 분위기도 아니며, 또한 진정한 스승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진정한 스승이 없는 시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와 사회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버르장머리 없는 학생들의 문제를 지적하기 전에 진정한 선생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 자신도 오랜 경험은 없으나 선생으로 지내오고 있고, 그 경험을 토대로 볼 때 학생들에게 존경받을 만한 선생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엄중히 자문해보며 선생의 요건에 대하여 질문해 본다.  


첫째, 사랑하는 자인가, 사랑을 요구하는 자인가? 예전부터 사랑과 기침은 속일 수 없다고 했다. 제자가 어린 초등학생이건, 머리가 큰 대학생이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선생님은 제자가 가슴으로 느낄 것이며, 이 질문의 답은 개와 같은 동물도 알 수 있는 질문이다. 둘째, 단지 알려하는 자인가, 즐기는 자인가? 이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자세를 돌이켜 보게 하는 질문이다. 선학의 지혜를 담은 문구에서 그 자세를 살펴보자.


지지자(知之者) 불여호지자(不如好之者), 호지자(好之者) 불여낙지자(不如樂之者)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 논어(論語), 옹야편(雍也篇)


 자신이 걷고 있는 학문의 길에서 단지 알려하는 자의 모습으로 있는 사람은 그것을 즐기는 사람을 당할 수 없고, 이러한 자세의 차이 또한 제자들이 단박에 알아 챌 것이다. 셋째, 영혼의 인도자인가, 지식의 전달자인가? 당신은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가? 자문해 보면 조직 사회에서의 매너리즘이 당신을 후자로 인도할 수 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의 주인공처럼 학생을 인도하려 하는 초심이 과연 남아있는 것인가? 넷째, 격려하는 자인가, 군림하는 자인가? 권위주의 색채가 강한 조직이나 사회에서는 사람을 대할 때에 격려보다는 군림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는 것을 안다. 그 ‘군림’은 언뜻 보기에는 드러나지 않으나 선생이 사용하는 언어를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언어폭력’은 생각보다 심각하여 어린 나무가 자랄 때 기후의 급격한 변화나 물리적인 충격에 의해 일그러진 나이테가 형성이 되면 장성한 나무가 된 후에도 그 흔적이 남아 있듯이, 성장하는 시기에 언어폭력에 의해 남겨진 상처는 쉽게 지워지거나 회복되지 않는다. 선생님에게서 받은 한 마디 독설에 의한 제자의 상처는 치유되기가 참으로 힘들며, 또한 선후배나 동료 선생 간에 오고 가는 언어폭력도 상상 이상의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지도자로서의 인격을 갖춘 자와 부하와 제자를 총알 정도의 소모품으로 여기는 마음가짐을 가진 자의 차이 또한 크다. 다섯째, 선생을 맡기에 과분하다는 마음을 지닌 자인가, 오만한 자인가? 이러한 겸손함과 오만함의 차이는 불행히도 본연의 인성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처럼 쉽사리 바뀌지 않아서 평생을 지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잘못을 저지른 제자를 용서하며 새로운 계기를 심어줄 수 있는 모습도 오만한 자에게서는 나오기 힘든 지혜이며 다른 이들을 이해하는 그릇의 크고 작음도 이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선생이란 직업의 특성상 고지식하고 고집이 센 사람은 꽤 많아 보인다. 상아탑 안에서 그들만의 언어로 대화를 하며 세분화 된 분야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하고 철없는 학생들과 그만그만한 연구 동료들로 둘러 싸여 사는 사람들의 처세나 행동은 남들이 볼 때 한없는 답답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 모습이 다른 이들을 파괴하지 않고 발전적이거나 창조적인 일에 기여한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나 이기적인 자와 타인에 대한 배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