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종이로 만든 지우산은
작은 바람에도
어김없이 절딴 나버리는
비닐우산에 비할 데 없는
든든함이었습니다
콩기름칠 먹여
노랗게 쩌든 장판같은
종이로 씌운 지우산은 어린 나에게
아버지였습니다
통통 튀는 빗방울도
마디 굽이 대나무 손잡이도
소나기 장마비에도 턱 버티던
아버지의 젊으신 모습이었습니다
이제
천으로 만든 쇠살 양산에서는
대나무살 지우산에
볶은 콩소리로 내리던
빗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삵고 낡아
펼 때부터 조심해야 할
검으틱틱한 대나무 살로 된
아버지의 가슴팍에서는
부슬비보다 더 가느다란
가을비 소리만 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