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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소설]땅과 바다의 어름 (4)/신덕재

 

“나는 학교가 싫어요. 공부를 한다고 당장 돈이 생기나요, 쌀이 나오나요. 괜히 힘만 들고 돈만 들어가잖아요.”
“그게 무슨 소리야. 너희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공부는 해야지. 지금 너희 엄마는 너만을 하늘 같이 믿고 사는데 그런 소리를 하면 못 쓰는 거야.”
신열이 나는지 머리가 지끈지끈하고 팔다리가 쏙쏙 거려 몇 마디 말하는데도 입에서 단내가 나는 것 같았다.


“엄마를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하루라도 빨리 돈을 많이 벌어서 지겨운 고생을 벗어나야죠.
보세요, 성린 고아원의 오 단장 아저씨 말이에요. 그 아저씨는 학교 문 근처도 안가 봤는데 고아원도 하고 쓰레기장도 하지 않아요.”
재복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는 할 말이 없었다.
지금 재복이가 오 단장을 말하는 것은 오 단장이 존경스러워서가 아니라 돈이 많기 때문이다.
고아원의 아이들 수를 늘려 구호물자를 부정하게 타는 것이 도둑질이고 못된 짓이라는 것을 재복이도 안다.


그렇지만 재복이에게는 공부하느라고 돈 버리며 허기진 생활을 하느니보다는 오 단장처럼 좋지 않고 위험은 해도 돈을 벌 수 있는 총알이 더 중하고 급하다.
재복이가 이렇게 말하는데 선악을 구별하고 정의와 불의를 말하며 현재와 미래를 말해 보았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무 말도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초라하고 구차해 보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못남을 이겨내기라도 할 양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도 공부는 해야 하고 너희 어머니는 장하고 훌륭한 어머니이다.”
훌륭하고 장한 어머니라는 말에 재복이도 마음이 하리해 졌다. 그리고 금세 물 내린 사람처럼 돼 맥없이 고무신 코끝으로 눈을 풀썩풀썩 차 올렸다.
재복이의 마음이 하리해진 만큼 그의 신열이 부다듯하게 일어 났다.
눈 위에 찍히는 그의 발자국 힘이 약해지는듯 싶더니 푹석 주저앉듯 쓰러졌다. 눈 위에 쓰러진 그의 모습은 흰눈과 대비가 되어 더욱 초라하고 고스러져 보였다.


“소리개 아저씨! 정신 차리세요! 아저씨! 아저씨! 정신 차려 보세요!”
재복이는 다급하고 황급하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급히 그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온 몸이 불덩이 같고, 그의 몸이 눈 속으로 잦아드는 것 같았다.
몸도 좋지 못한 소리개 아저씨에게 쓸데없이 학교 얘기며, 총알 얘기를 해서 아저씨의 신열이 갑작스럽게 일어났다고 재복이는 믿었다. 좀더 고분고분 굼놀지 못한 것이 후회됐다.
재복이는 급히 집으로 향했다.
“오마이! 소리가 아저씨가 쟁신을 일었어요! 어머니 빨리 와 보세요.”
재복이도 급한 김에 황해도 사투리가 터져 나왔다.
“아니, 무슨 소리가?!


소리가 아저씨가 어떠하다 되었다고?!
쟁신을 일타니, 무슨 소리가?
어디서 어떠하다 되었다는 기가?! 빨리 가 보자우야!”
한쪽 몸배 자락을 추켜올리고 안악댁이 뛰기 시작했다.
재복이도 뒤를 따랐다.
안악댁이 그를 업었다. 생각 보다 남자의 몸무게가 가볍고 푼더분하지 않았다.
“재복아, 날래 날래 구둘에 불 지피라우야!
내 얼렁 가서 침쟁이 하나바이 불러 올 테니끼.
아니 침 보다는 다이아찡이나 겐기락이 있어야 할텐데 어드메서 구한다지?
야, 이거 야단 났구나야.”


안악댁은 허둥대기만 하고 질정(質正)하지 못했다.
재복이가 불을 피워 방을 덥히고 있는 사이에 안악댁이 어디서 구했는지 양귀비 대를 한 움큼 가져 왔다. 그녀가 양귀비 대를 급히 물에 끓였다.
그 사이 재복이는 소리개 아저씨에게 미안도 하고 걱정도 돼서 집을 나왔다.
재복이가 소리개 아저씨를 보고 본부에 가자고 한 것은 총알 때문이 아니었다.
본부에는 장갑차 사격장에서 쏘는 기관총 총알이 아니고 옥돌고개 위에서 쏘는 105mm포 포탄이다.


105mm포탄은 총알과 달리 크기가 한 팔만 하고 화약 대신 신관(信管)이 있어서 아무나 분해를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재복이는 소리개 아저씨에게 도움을 청했던 것이다.
그런데 엉뚱한 일이 일어나서 105mm포탄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