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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노블레스 오블리주/김기혁 김기혁치과의원 원장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 말은 ‘높은 신분에는 그에 걸 맞는 도덕적 의무가 수반된다’라는 뜻이다. 세계 제1차 대전과 제2차 대전이 일어났을 때 목숨을 바쳐 싸운 것은 옥스퍼드와 캠브리지대학의 학생들이었다. 그들은 나라의 혜택은 누구보다도 많이 받은 특권계급의 자제들이었다. 그래서 국가존망의 비상시에 호국의 용사가 되어 싸웠다.


임진왜란 때 백성을 버리고 의주로 피난길을 떠난 선조나, 6·25때 서울시민을 속이고 한강을 넘어간 나라의 지도자와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로마인이 오랫동안 거대한 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전쟁이 터지면 귀족들은 솔선수범해 최전방에 나가 싸웠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선 금쪽같은 재산을 사회에 흔쾌히 내 놓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였다.


어느 사회에나 다른 사람보다 권력이나 돈, 혹은 명예를 더 많이 누리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남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리는 대신 적어도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느껴야 마땅할 사람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위장전입, 탈세, 주가조작 등 가진 자는 그들의 기존 이익에 탐닉하여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두루 누리며 그도 모자라 더 많은 것을 탐하면서 심지어 대권까지도 갖겠다고 야단법석이다.


바라건데 이들이 기존 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빚진 자의 겸허함을 가지고 큰 사회를 위해 봉사와 헌신에 앞장선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진 자가 이 처럼 사회적 책임을 통감할 때 저들은 사회의 지배세력이 아닌 건전한 지도세력이 되고, 못가진 자들의 존경과 사랑까지도 얻어 낼 수 있을텐데….


크메르 공화국(1970~1975)이 7백만 국민을 그냥 두고 대통령이 망명을 가고 대통령 서리가 몰래 도망치는 처절한 상황에서도 반란군의 처형대상에 올라 있는 한 고위인사가 탈출권고를 거절하면서 써 보낸 편지는 지금 읽어도 우리를 숙연케 한다.
“… 하지만 분명히 기억해 두십시오. 만일 내가 이 자리에서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내 나라에서 죽는다면 그것은 하나도 불행한 일이 아닙니다. 인간은 모두 태어나서 언젠가는 죽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 지도자들 특히 정치인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대권에 도전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