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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향연-수필-치과의사문인회작]과잉 진료-환자와의 대화/박용호 강서구 박용호치과의원원장

필자가 개업한 20년 전에는 과잉진료의 논란이 거의 없었다. 우식증을 예로 들면, 환자마다 거의 다발로 있었기 때문에 검사를 하고 말 것도 없이 환자가 요구하는 주소를 치료해주기에 급급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것이 거울을 비춰 보여주고 원인치아를 확인시킨 후에 진료를 하다가, 마케팅 바람이 불어 총천연색 영상화면으로 충치를 침소봉대하여 ‘발굴’해서 치료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 기계를 활용하면 수입이 증가한다고 입소문이 돌았다.


요즘에는 똑똑한 환자들이 충치 개수를 몇 개라고 자랑스럽게 외우고 온다. 치과의사가 급증하고 사회주의적인 공공진료가 활성화되어 병원 문턱과 진료비가 낮아진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 개수가 문제이다. 막상 검사를 해보면 어디서 검사할 때 일여덟 개였다는 것이 좀 ‘과잉’으로 보일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전부 다 치료하는 것은 양심이 찔리고, 그렇다고 충치가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하면 환자는 오히려 의아스러운 표정이다. “최신 첨단기계가 없어서 모르나, 몰라서 모르나” 하는 의혹을 갖고 몇 번씩 재확인하려 든다. 충치 판정 진실여부로 동료와, 환자와 싸우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때 “그전의 의사가 잘못보아 그렇다.”  “환자를 유치하려고 과잉 진단한 것이다.” “진단이 잘못 될 수 있다.”는 등의 언사를 하고 싶더라도 자제해야 할 것이다. 결국은 그 불신이 돌고 돌아 자기 자신에게로 향하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요즘 노안이 와서 루페를 끼고 하는데, 이것이 초기충치나 잘 보이지 않는 곳의 병소를 찾는데는 명기이다. 그래서 사실을 말할라치면  “이 의사가 나에게 무슨 덤터기를 씌우려고 하나” 하는 불신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래 저래 치과의사는 피곤하다.


일반의사들이 그 흔한 충수돌기염의 확진이 제일 어렵다고들 하는데, 사실 우식증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방사선 촬영을 해도 긴가 민가 하는 경우도 많고, 잇몸 속에 숨은 경우, 속으로는 꽤 진행되어도 겉으로는 색깔이나 형태가 멀쩡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까맣다고 극구 치료를 요구하는 환자의 간청에 못이겨 삭제해보니 석회화된 정도가 너무도 단단해, 황송하고 미안할 때가 있는가 하면, 별것 아닌 반점을 파들어 가보니 꽤 진행된 충치가 도사리고 있어 보람감이 날 때도 있는 것이다.


사실, 어디까지가 과잉진료이고 아닌가는 기준이 모호하다. 좋게 보면 ‘예방진료’가 되고 나쁘게 보면 ‘상업진료’가 되는 것이 의료의 속성이다. 1900년대 초반만 해도 국소감염증(focal infection theory)의 이론으로 충치가 전신질환의 원인이 된다고, 발치하는 것이 장려되고 정당화 되었듯이, 초기충치는 말할 것도 없고 모든 메디칼 진료는 역사적, 시대적으로 학술 논란에 따른 과잉의 시비 여지가 많았다. 맹장·흉선·편도 등이 감염의 원인으로 조기제거의 대상이 된 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선택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점 제거술, 라식, 성형수술, 거의 전 과에 걸친 시술이 불과 몇 십 년 전의 관점에서 보면 과잉진료라고 볼 수 있다. 그 규모와 영역 후유증과 부작용의 측면에서 보면 치과는 세발의 피다. 더더구나 변모씨 같은 정치인의 권력형 비리에 비하면 충치 과잉 진료는 차라리 양심적 생계형 비리라고 할까.


환자들도 이제는 과잉진료의 개념을 알고 있다. 환자의 반응을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더니 별별 낯 뜨겁고 민망한 사례들이 보여 진다. 예를 들면, 모 치과에서 충치가 일곱 개라는 판정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이상해, 다른 두 군 데 치과를 들러 확인해보니 귀찮다고 해서 속은 기분에 하도 분개해서, 다시 원래 치과를 찾아 몰래 음성녹음을 하며 재검사를 했는데 똑같이 일곱 개라고 한다는 사연. 응원군의 댓글에는 별별 보복방법을 일러주는데, 여러 가지 소송방법을 상세히 알려주고 말미에는 음성녹음을 근거로 허위진단으로 원장과 합의해서 수백만원을 챙기는 것이 제일 좋다는 등.
어느 것으로 봉하는게 좋으냐는 질의에는 어느 치과의사도 가세해서 아말감은 2차충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