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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수필]색동 밧줄의 내 문학/김영훈

나에게 있어 문학은 색동저고리였다.
어린 날 내 어머니가 손수 지어 주신 그때의 때때옷처럼, 문학은 언제나 새롭고 절제된 무늬로 내 마음 깊은 곳에 수를 놓았다.
그렇다고 늘 입고 다니는 의복은 아니었다. 특별한 때나 그 옷을 꼭 입어야 했던 그 색동저고리가 철없던 날의 날개가 되어 나는 마음껏 쏘다녔다. 차츰 철이 들어 어쩌다 읽은 책들은 나를 별천지로 날게 했다.


한국전쟁이 우리를 벼랑으로 내 몰았을 때 나는 중학생으로 5남매의 가장이 되어 나날이 더욱 엉성하고 모자랐으나, 어두운 일상에서의 그 꿈같은 책속의 이야기는 나를 상당히 안정되게 했다. 그 문학의 빛이 지금까지도 내 자신을 구출해 내는 탈출구로 인도하여 분별의 폭을 조금은 넓게 할 수 있는 능력까지 주었고, 나의 부족함을 다소 메워주는 사색의 거름이 되어 주었다.


때때로 내 삶의 갈등과 고뇌를 문학이라는 밧줄이 내 손에 들려졌기에 그래도 용서와 화해, 나아가서는 반성의 지혜마저 터득케 해주었다. 아직은 문학적으로 미약한 쪽이지만 마치 종합비타민과도 같은 처방으로 지금의 내가 이 자리에 건강하게 살아있게 하는 것이라 믿고 있다.
만일 그것이 없었다면 내 허약한 체질로 하여 엄청난 갈등의 낭떠러지로 추락하여 폐인이 되어 버렸거나 낙엽에 가린 처량한 신세가 되어 노쇄해가는 존재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문학의 밧줄을 내게 주신 고마운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항상 좋은 생각으로 향기 나는 글을 발아시켜 힘들어 하는 그늘진 이에게 든든한 구원의 밧줄을 던져 줄 수만 있다면 내 상상력이 퇴색할 때까지 나는 문학의 색동밧줄을 꼬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