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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프 테마 쉬마그 여인의 시선을 ‘묶는다’

아랍 모래바람 보호천서 유래
프린지 디테일…면·린넨소재 저렴
청바지·미니스커트 등 캐주얼과 매치


때는 바야흐로 겨울의 중심이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대기, 잘 벼려진 칼처럼 날카로운 바람이 쌩쌩 불어오는 이 시점에서 스카프를 어떻게 맬 것인가, 어떤 스카프가 유행인가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사실 여간 촌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미 스카프는 가을부터 겨울이 끝나기까지 보온의 목적으로 착용하는 액세서리의 범주를 벗어난 지 오래니까. 사시사철 안개가 끼고 부슬비가 내리는 런던이나, 하루에도 몇 번씩 추웠다 더웠다를 반복하는 파리뿐 아니라 4계절 뚜렷한 서울에서도 언제부터인가 스카프는 1년 열두 달 어느 때고 착용할 수 있고, 또 멋쟁이로 불리우려면 반드시 착용해야만 하는 아이템이 돼버렸다.


기억을 더듬어보자. 지난 여름 30도를 웃도는 폭염에도 홍대 앞 거리는 니트 비니로 머리를 감싸고, 리넨 소재 스카프로 목을 동여맨 청년들로 채워졌다. 아가씨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백화점에서든 노점에서든, 3000원짜리든 30만원짜리든 지난여름, 모든 패션 아이템을 통틀어 가장 많이 팔려나간 게 에스닉한 느낌의 쉬마그 스카프였으니까.


그러나 사실 스카프는 아주 오래 전부터 힘이 센 액세서리였다. 차곡차곡 접으면 손바닥만한 크기의 클러치 백에도 쏙 들어가는 이 붙임성 좋은 액세서리는 때로 모직 재킷 못지 않은 보온효과를 내는가 하면, 내세울만한 별다른 매력이 없는 여성에게 우아함을 부여해주며, 접는 방법에 따라 홀터넥 블라우스나 진짜 스커트 부럽지 않은 1회용 스커트로 변신하기도 한다. 영화에선 또 어땠나? ‘샤레이드’에서 추적자들을 따돌려야만 했던 오드리 햅번을 도왔던 것도, ‘아멜리에’에서 오드리 토투의 귀엽고 깜찍한 캐릭터를 공고히 했던 것도 스카프였다. 그런가 하면, 어떤 영화감독들은 종종 스카프를 향한 조소의 눈길을 서슴없이 드러낸다. 어리숙하고 촌스럽기 그지없는 여자 주인공이 한껏 멋을 낸 차림-그러나 실제로는 조금도 멋있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하는 장면에 빠지지 않고 스카프가 등장하는 것이 그 예. 그렇게 스카프를 머리에 둘러쓰고 등장한 어리숙한 여자 주인공들의 대부분은 또, (하필이면!) 오픈카에 탔다가 스카프가 바람에 날아가는 수모를 겪는다. 인류가 기억하는 최고의 무용가이자 스카프의 열렬한 애호가였던 이사도라 던컨이 자기 키보다 더 긴 스카프를 하고 있다가 그 스카프 자락에 목이 졸려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가 비극보다는 희극으로 다가오는 것 또한 그런 장면들 때문일 것이다.


이번 시즌, 대중적으로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스카프는 쉬마그 스카프다. 아랍 지역 주민들이 건조한 모래 바람으로부터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쓰고 다니는 쉬마그(Shemagh)라는 천에서 비롯된 이 스카프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실크 스카프에 비해 훨씬 소박한 느낌을 주는 면과 리넨 소재로 만들어지는 데다(물론, 실크 스카프에 비하면 값도 훨씬 싸다) 스카프 가장자리가 프린지 디테일로 돼 있어 에스닉하면서도 캐주얼한 느낌이 강하다. 쉬마그 스카프가 수트보다 청바지나 미니스커트 같은 캐주얼한 옷에 더 어울리는 것도 그 때문. 발렌시아가의 니콜라스 게스키에르는 허벅지 부분은 풍성하고 종아리 부분은 꼭 끼는 조디퍼스 팬츠에 프레피 스타일의 블레이저를 매치한 뒤 에스닉한 스카프로 포인트를 주었는데 에스닉한 스카프가 낯선 여성들이라면 그가 보여준 다양한 코디네이션을 참고할만하다(가장 좋은 방법은 정사각형 스카프를 대각선으로 한번만 접어 어깨에 걸치는 것! 이렇게 함으로써 손쉽게 멋스러움을 뽐낼 수 있다).


한편 에르메스나 페라가모를 비롯, 다양한 브랜드에서 매 시즌 내놓는 사각형 실크 스카프는 언제, 어디에, 어떤 옷과, 어떤 식으로 매치해도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는 클래식 아이템이다. 이런 정사각형 실크 스카프는 수트나 캐시미어 풀오보와 매치해 실크 스카프 본연의 고급스럽고 우아한 느낌으로 연출할 수도 있지만 언밸런스한 코디네이션이 유행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