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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시]다시 시작하는 하루/김영훈

산마루 멀리 새벽이 오르면
도시를 휘감은 골짝 안으로
안개가 잔뜩 잠겨
큰 호수를 이루게 된다

 

큰 집들이 듬성듬성 서 있으면
작은 집들은 비좁게 모이듯
송사리는 자갈여울에서 노닐고
쏘가리는 맑고 깊은 곳에서 산다

 

두더지들은 제 굴로 기어들고
구조조정의 두터운 이불에
밤잠을 빼앗긴 사람들
산 넘어 햇덩이가 어둠에서 꿈틀댄다

 

밤 갈피마다 햇살은 파고들어
깊게 가라앉았던 강물에
잠 덜 갠 빈 손을 씻어 보면
출렁대는 하루는 다시 시작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