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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시]사랑 박물관/송선헌

너라는 나는 나에게 요즘 무슨 재미로 사냐고 물어보네. 렉스*시계를 차고 다녀서 맘 편한거지. 獄이라는 세상에 딱딱하게 갖혀 있는 너라는 나. 출근獄, 술獄, 모임獄, 겉치레獄, 자녀獄, 마누라獄, 직장獄, 건강獄, 나이獄, 발정獄, 치매獄, 욕심獄. 내방은 작고 익숙한獄. 갖혀 성질을 죽인 적응은 분명 무뎌지는 것. 간절했던 첫사랑을 봐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 창피할 줄 모르는 목소리 큰 세대를 곁에 두고 사는 인생 중반 길. 짐이 많다. 창 틈으로 들어오는 2006년 6월 24일 토요일의 대전 서구 둔산동 9층의 여름 바람이 후끈하다. 스위스의 요들송(Yodeling song)엘피의 그림은 하얀 눈, 그 산 위에서 마차를 타는 사람들. 음악이 주는 선율보다는 재킷의 그림이 더 선명하게 남는 것은 미술 쪽의 끌림-본능, 그래서 난 음악을 더 듣고프다. 그림을 보면 흥분되기 때문이다. 고흐의 고통을 이해하지는 못해도.


진공관을 모으는 광(빛光), 화투 그림만 그리는 광(5光), 금 박힌 돌만 모으는 광(금鑛), 냄새 나는 그러나 너나 나나 갈 시체구덩이만 찾는 광(시체壙) 그러다가 엔틱 커피 가는 기계만, 벽에 걸 티스푼, 다 들을까 싶은 오디오, 깍지도 않는 손톱깎이, 운동화나 구두, 세상을 다 잠그려는 자물쇠, 웃는 석물, 누드 그림만, 이사하면 주던 성냥 통, 껌 종이, 몽블랑 만년필, 지퍼 라이터, 리즈성의 개 목걸이만 모으는 또 모으는. 차야 기쁜 메니아의 메니아는 재미있는가? 그럼 난 어떤 메니아인가? 사랑 찾아 떠도는 가슴 쓰린 메니아. 노후에 ‘사랑 박물관’이나 만들어 볼까나. 한 동안 여행에서 사 모으던 머그컵은 찔끔 찔끔 병원대기실에서 쉰다. 너는 무슨 재미로 걸려있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