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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향연(소설)]동틀녘(1)/신덕재

채마밭 잔 이슬이 비낀 아침햇빛을 받아 영롱한 진주알을 굴리고 있고, 섶을 지날 적 마다 진주알이 몽당치마 초리를 함박 적시고 있다. 싱그러운 남새들이 저마다 품새를 뽐내며 더북더북 우쭐대고 있다. 6월 초여름 남새 중 으뜸은 부루다. 부루를 다른 데선 상추, 와거, 생치, 천금채, 월강초라 한다지만 이녁에서는 부루라 부른다. 부루 중에도 상 부루는 조선 부루다. 갈잎처럼 잎이 길고 색은 진 녹으로 뻣뻣하고, 백색의 진은 쌉쓰름한 맛을 더해서 조선 부루야 말로 조선인이면 누구나 상식으로 먹는 한여름의 진미다. 더께를 벗겨낸 노란 된장을 한 숟갈 떠서 조선 부루에 턱 언져 입쌀밥보다는 깔깔한 조팝이나 면미를 싸서 한입 먹으면 꽝포쟁이가 아니더라도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른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부루에 쑥갓이 빠질 수 있겠는가? 쑥갓은 잎보다는 대가 더 좋다. 쑥갓 잎은 갈라져서 푸실푸실한 조팝이나 보리밥을 잡아주지 못하나 쑥갓 대는 밥도 감싸 주고 쓴맛도 잎보다 진하다. 부루쌈에 된장이 빠지지 않듯이 부루쌈에 쑥갓 또한 빠져서는 안 될 어금지금한 사이다.


싸리울바자 내 남새밭에는 부루, 쑥갓, 아욱, 콩, 열무, 배추, 연, 감자, 고구마, 마늘, 땅호박 등이 줄 따라 연 따라 자리매김을 하고 서서 텃밭농사의 한 모양을 나타내고 있다. 싸리울바자 밖에는 방동사니, 쇠뜨기, 쇠덩꿀, 질경이, 씀바귀 등이 옹기종기 모여 쪼루라니 있는데 땅꽈리와 깜또라지가 사이좋게 설핏설핏 서있다. 땅꽈리의 꽈리는 아직 익지 않아서 파란색이나 포도송이 같은 깜또라지는 이제 막 익기 시작해서 끝부분은 파라나 밑 부분은 검고 자주색으로 변해 있다. 익은 깜또라지를 따서 손아귀에 모으니 한손이다. 입에 한 움큼 쳐 넣으니 깜또라지 터지는 태가 옹콜옹콜하고 알싸달착한 맛이 입안을 적신다. 굴뚝 밑에는 메감자가 사람 키보다 더 실하게 자랐다. 한여름이 지나면 메감자 뿌리의 농마가 한 식량이 될 것이다.


배분이는 뒷짐에 감춰두었던 소쿠리에 부루를 따서 담았다. 부루쌈은 점심때 마루에 걸터앉아 더위를 식힐 양으로 먹는 한가한 점심음식이다. 그런데 요새는 아침 식반찬이 따로 없고 점심음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점심을 거르는 일도 있다. 부루쌈 일망정 아침을 먹을 수 있으니 다행이다. 굶기를 곰비임비 하던 고난의 행군 시대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이 모든 것이 텃밭을 주신 수령님의 덕분이다. 분이는 오늘도 다시 한 번 텃밭을 주신 수령님께 열렬한 감사와 충성맹세를 다짐했다. 사실 텃밭에 나오기 전 아침에 일어나서 수령님과 지도자 동지의 사진 앞에 허구히 해오던 대로 절을 하고 나왔다.


분이는 조반을 마치고 매 바위 고개로 향했다. 싸리울바자를 나와 매 바위 고개로 향하는 오솔길 가녁에는 무성한 개고사리와 쑥대풀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분이는 오늘 점심으로 쑥버무리 범벅을 장만했다. 쑥버무리 범벅은 화전을 뚜지면서 근근이 끼니를 때우던 겨범벅이나, 콩, 대추, 밤, 잣 등 갖은 고명을 넣은 순 백분 가루 범벅과는 달리 가루도 덜 들어가고 쑥의 냉기와 가루의 온기가 합한 궁합이 잘 맞는 음식으로 먹기 편하고 간수가 간단하고 맛이 구수하고 맴이 땅기는 음식이니 더 말하면 숨 차는 소리가 된다.


매 바위 고개에 가니 김옥경이가 먼저 와 있다. 분이는 옥경을 보는 순간 지난 주 생활총화에서 옥경이가 드살을 부리며 승벽내기를 하던 모상이 온 몸으로 전해 오고, 분이 자신의 허튼 꼴이 생각나 화들짝 얼굴이 벌게졌다. 왜 그때 이당비서가 묻는 주체에 대해 대답을 못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분이는 그때 무슨 잡것에 씌워서 이당비서의 질문이 홀지에 왕청같고, 불안해 생각을 다잡지 못하고, 마음을 썩이면서 갈마드는 생각을 고시르고 있었다. 정신이 깜뚜루 해 지고 삭막해졌다. 머리가 횡횡하여 종을 잡지 못했다.
그런데 옥경이는 신바람에 풍차 돌아가듯 이당비서의 질문이 나오자마자 왼금으로 줄줄 외워 내려갔다.


“오늘 세계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