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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동틀녘(3)-1 .길 (1638호에 이어) / 신덕재


비법월경자가 무시로 생겨난다는 드소문이 솜에 콩기름 배듯 퍼져 나갔고, 똥은 말라두 냄새가 난다구 소문이 끊일 줄을 몰랐다. 그러던 중에 김일성 종합대학 총장이고 노동당 중앙위원이며 당국제담당비서였던 황장엽 비서가 배신자가 되어 비법월경을 했다고 한다.


이때도 옥경이는 비분 강계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연기마신 고양이 상통을 해 가지고 엉덩이에 불 덴 범 모양 길길이 날뛰면서 만약 황장엽이가 앞에 있으면 갈기갈기 찢어죽일 듯이 날 뛰었다.
“수령님의 배려로 당 비서까지 한 새끼가 수령님을 배반하고 비법월경을 하다니 이는 인민의 역적이고 인민이 용서 못할 천하에 쳐 죽일 죄인이다. 응당 응분의 대가를 받아야 하고 우리 인민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어버이 수령님을 욕되게 한 비법월경 배신자를 쳐 죽여 인차 수령님의 혼을 달래 드리자!"
“다시 한 번 수령님에 대한 충성맹세를 저어 굳건히 하자!"


생활총화에서 옥경이 혼자 발언을 했고 이당비서 조차도 할 말을 잊고 있었다. 이당비서도 말을 못하는 판에 분이는 더할 나위가 없다. 분이도 비법월경 배신자에 대한 득살이 안 나는 것은 아니나 옥경이가 하도 날뛰니 섶에도 못가고 잠자코 있을 수밖에 없다.
비법월경자는 당 간부인 황장엽 뿐만 아니라 죄를 진 비법자, 심지어는 인민반장, 가두비서는 말할 것도 없이 나중에는 병태들까지 압록강 두만강을 장마 때 비발로 장 둑이 뭉텅이로 터져 무시로 강물이 새 듯 강을 건너 월경을 한다는 드소문이 덮은 두엄똥 냄새마냥 퍼져 나갔다.


나무껍질을 벗겨 먹고, 인육을 먹는다는 풍문 아닌 풍문이 나 도는 고난의 행군 때에 옥경이와 분이는 이런 풍문이나 정형과는 달리 김정일 동지의 은전을 받았다. 아마도 심장에 남는 김일성 수령님의 서거 때와 인민의 배반자 황장엽의 비법월경때 옥경이의 질정 없이 들 싸댄 덕인지는 모르나, 하여간에 옥경이는 금강산 해설원이 되기 위해, 분이는 온정리 제1인민병원에 복무하기 위해, 옥경이는 평양의 당 간부양성기관으로 갈 수 있었고, 분이는 원산의 인민병원 고려의학 양성 반에 들어 갈 수 있었다.


옥경이는 평양 당 간부양성기관에서 당과 수령을 충성으로 받들고 따르며 어떤 역경 속에서도 당과 수령을 정치사상적으로 목숨으로 옹호하기 위한 견결한 투사, 주체형의 공산주의 혁명가로 튼튼히 준비하는 일꾼으로 거듭나는 혁명가 및 노동계급인민이 되는 과정을 배웠고, 자체의 힘으로 움직이고 다방면적으로 발전되고 현대적 기술로 장비된 종합적인 경제이며 자기나라의 경제건설과 인민생활에 필요한 것을 기본적으로 자체의 생산으로 보장하는 인민적인 경제인 자립적 민족경제도 배웠다. 그밖에 노동을 가장 신성하고 영예로운 것으로 여기며 사회와 집단을 위한 공동노동에 모든 것을 다 바쳐 일하는 것을 삶의 보람으로, 행복으로 여긴다는 주체의 노동관에 대해서도 배웠고,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라는 모범분단운동에 대해서도 배웠다. 옥경이는 위와 같은 들끓는 불가마 속 용광로의 혁명사상을 쇠메로 죽신죽신 조겨 강철로 단근질 해 나갔다.


물론 봉래산, 금강산, 풍악산, 개골산에 대한 바위 하나 풀 한 포기에 대해서도 배웠다. 아름다운 우리 강토의 빼어남을 세계에 알리고자 밤잠을 새우며 전설과 설화를 외우고 또 외웠다. 그녀는 교시나 과목을 하나도 빠짐없이 드팀없이 무조건 철저히 중동무이 하지 않고 모도리 쳤다.
김삿갓이 쓴 구룡폭포에 대한 칠언절구도 외웠다.
“폭포수는 은으로 만든 절구공이가 되어 절벽을 연신 내리 찧고 구름은 옥으로 만든 자(尺)가 되어 청산을 재면서 간다.


달이 희고 눈이 희니 온천지가 다 희고 산이 깊고 물이 깊으니 나그네 수심도 깊도다"
상팔담에 서린 선녀와 나무꾼에 대한 설화도 익혔다. 그녀는 구룡대 위 소나무에 걸친 동아줄이 선녀와 나무꾼에 나오는 두레박 끈이라고 익살을 부릴 만큼 여유와 간담도 섰다.
만물상을 보고 지은 시인 박세당의 시도 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