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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동틀녘(4) / 신덕재

동틀녘(4)


<1641호에 이어>


용은 용을 낳고 봉은 봉을 낳고, 낟알이 제아무리 돌아쳐도 맷돌 안에서 놀듯이 온정리 옥경이는 어쩔 수 없이 지방당 당원이여서 중앙당 당원과는 비길 바가 못돼, 6개월간의 당간부양성기관에서 꼴찌를 하고 말았다. 옥경이가 당간부양성기관에서 꼴찌를 했을망정 온정리에서는 큰 별이였고, 굽은 막대기가 아무리 더러운 진창에 꽂혀 있어도 그 그림자는 곧고, 고운 꽃이 아무리 웃어도 소리가 안나 듯이 온정리 일대에서는 제일의 대단한 해설원이었다.  


지금까지          ?승벽내기를 하며 옹근 몫을 차지한 이 모든 것이 앞으로 해설을 할 때 허더러 지게 재담을 풀어낼 옥경이의 밑천이었다. 옥경이의 옹근 맴과 모도리 치는 습성으로 봐서 지금 금강산 해설원이 된 것은 옥경이 자신이 그렇게도 바라고 고대하던 일인지도 모르겠다. 금강산 해설원이 되면 당 중앙위원들도 만날 수 있고, 일본 조총련 간부도 만나고, 일본 관광객도 만날 수 있으니 또 다른 세상과 접하는 일이며 새로운 여명이 될지 모르겠다.


분이가 간 원산은 강원도에서 금강산과 더불어 갈마반도의 명사십리 해수욕장과 호도반도의 송도원 해수욕장이 문풍지 떨어진 데는 풀비가 제 격이듯, 서로 조화를 이루는 제일의 명승지로 평양-원산, 원산- 금강산을 잇는 고속도로가 있는 공화국의 제이도시이다.
특히 원산 인민병원 고려의학 양성소는 갈마반도의 명사십리동에 위치해서 흰모래와 붉은 해당화가 손 바로에 지천으로 깔려 있고, 앞쪽 명사십리 해수욕장과 뒤켠 울울창천 소나무가 더북더북 줄지어 날파람에도 끄덕 않고 진한 솔 향을 내뿜는 원산에서도 으뜸구역이다.


인민병원 안에는 “우리는 당 중앙의 유일적 지도 밑에 모든 당 조직들이 하나와 같이 움직이며 당 중앙이 내세우는 모든 방침들을 무조건 접수하고 철저히 관철하는 강철 같은 규율이 전당을 지배하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라는 어록과 “보건사업은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고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영예롭고 보람찬 혁명 사업입니다"라는 붉은 교시가 걸려 있었다.
분이는 원산 양성소에 있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온정리에 와서도 양성소의 어록과 교시를 한 번도 잊지 않았다. 신주단지 모시듯, 봉창에 알사탕 쥐듯 간직하고 그 사업을 어떻게 하면 잘 이룰 수 있을 가 항상 끌탕을 했다.


음양 5행설은 음양설과 5행설을 결합시킨 철학사상으로 대립물인 음과 양의 호상작용에 의하여 만물과 우주가 변화 발전 한다고 보는 소박한 변증법적 견해인 음양설과, 5행인 금, 목, 수, 화, 토의 5가지 요소를 세계의 시원으로 보는 소박한 유물론적 견해인 5행설을 고려의학 양성소에서 배웠고, 또 4상의학, 침치료, 뜸치료, 부항치료, 수법치료, 찜질치료, 한증치료를 고려의학 기초로 배우고 각 인체기관에 따른 병에 대한 고려약 치료도 재간 부리지 않고 감태 궂은 놈 죽을고를 다하듯 일떠 나가 배웠다.
매바위 고개의 길 닦기 혁명 사업은 고성 시내에서 온정리 양지마을 까지 놓는 한길 보수작업이다. 지난번 큰물난리에 파손된 부분을 고치는 일이다. 아스팔트 포장이 아니고 마가담 포장길로 수정봉의 자갈돌과 진흙을 깔아서 만든 길이라 큰물이 오는 날엔 길이 사득판처럼 되었다가 움푹움푹 파이고 헐어서 울퉁불퉁해져 자전거마저도 타고 다니기 힘들다. 물멀기로 도랑이 생겨 한길 가녁이 푹 파이기도 한다.


매바위 고개는 온정리 양지 말에서 고성항 중간에 있는 고개다. 이 고개는 위로는 매바위봉으로 이어지고 매바위봉은 다시 수정봉으로 이어지며 수정봉은 다시 만물상 봉우리로 이어져 마침내 비로봉과 맞 닿는 외금강의 주능 중 하나이고 밖으로는 해금강으로 이어지는 야트막한 고개로 금강산의 정기가 서린 곳이다.
분이와 옥경이가 원산 인민병원 고려의학 양성소와 평양의 당간부양성소에서 복무수행을 마치고 온정리로 돌아왔을 때, 세상에 제일 믿기 어려운 것이 떠도는 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