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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제리 룩 , “거리로”, ‘안방 패션’ , 외출중


 

 

 

 


시스루 케미솔·펑퍼짐 파자마 룩 유행
재킷 등 정장과 매치시켜야 스타일 ‘업’


돌이켜보면, 엄마는 잠옷 차림으로 집 밖에 나가는 걸 무척이나 싫어하셨다. 다른 엄마들에 비해 비교적 금지 조항이 적은 너그러운 엄마였는데도 ‘잠옷 차림 외출 금지’의 조항만은 엄격히 지켜야했던 기억이 난다. 어른이 된 지금에야 다른 집에서 살고 있으니 그럴 리 없지만, 만약 우리가 아직까지 한 집에 살고 있고 매일 아침 내가 현관문을 나서는 모습을 엄마가 보았더라면, 난 지난 몇 주간 ‘현관 문 앞 출근 전쟁’을 치러야 했으리라. 요 근래의 나는 (엄마의 기준으로 보자면) 하루는 파자마, 또 하루는 케미솔 차림을 번갈아가며 매일 아침 현관문을 나서고 있고, 이 꼴(?)을 엄마가 봤다면 엄마는 문 앞을 가로막고 서서 “옷 갈아입기 전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고 소리쳤을 게 분명하니까.


란제리 룩의 시즌이 돌아왔다. 란제리 룩의 유행이야 마돈나가 장 폴 고티에가 만든 콘 브라 케미솔을 입고 월드 투어를 펼친 뒤, 매년 여름이면 우리를 찾아오는 관례가 되어버린 지 오래지만 이번 시즌의 란제리 룩은 두 가지 측면에서 보다 특별하다. 시스루 소재의 케미솔을 비롯한 여성스러운 란제리 뿐 아니라, 40대 아저씨들이 집안에서 입고 돌아다닐 법한 펑퍼짐한 파자마 룩이 더불어 유행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란제리와 파자마 룩이 섹시함 뿐만 아니라 경쾌하고 실용적인 매력과 우아함을 동시에 표현하다는 점에서.


이번 시즌 란제리 룩에서 가장 크게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디자이너는 마크 제이콥스다. 그는 컬렉션 전체를 그대로 입고 침대로 뛰어들어도 좋을 법한 하늘하늘한 란제리 룩과 어느 한 곳이라도 란제리 룩을 떠올리게 하는 룩들로 채웠다.
“패션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환상이며, 우리가 환상을 가장 손쉽게 체험할 수 있는 순간은 바로 침대에서 꿈꾸는 순간” 이어서 란제리 룩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런가 하면 미우치아 프라다는 현실에서 여성들이 결코 경험하지 못한 환타지의 세계를 컬렉션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하면서 마치 동화 속에나 등장할 법한 환상적인 프린트를 새겨 넣은 파자마를 입은 요정들로 런웨이를 채우기도 했다. 뿐만이 아니다. 앤 드묄미스터의 스트라이프 파자마 룩, 디올의 존 갈리아노가 선보인 섹시한 파자마 룩, 파자마 위에 가운을 걸친 듯한 룩이 연이어 등장한 컬렉션에서도 이번 시즌 파자마와 란제리 룩 열풍은 강렬하게 감지된다.


그러나 런웨이가 아닌 현실 속의 길거리를 걸어야 하는 우리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아무리 유행이라고 해도 파자마와 란제리 룩을 제대로 소화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내 경험에 비춰보자면, 꼼 데 가르송의 헐렁한 체크 무늬 팬츠를 입고 출근했던 날 “아무리 늦잠을 잤어도 그렇지, 파자마를 입고 오면 어떻게 하냐?”는 핀잔을 사람에게서 들었던 것은 물론이고, 블루마린 케미솔에 카디건을 걸치고 나갔던 날에는 “제가 셔츠 한 벌 사드릴까요?” 식의 실없는 농담을 들으며 쓴 웃음을 삼켜야했다).


특히 여전히 유교적 사상에서 비롯된 보수성이 사회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란제리 룩의 성공 여부는 패셔너블한 연출이 아닌 ‘보는 이의 거부감 완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 란제리 룩(혹은 파자마 룩)을 거부감 없이 입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란제리 스타일의 의상이나 파자마 스타일의 의상이 갖고 있는 특유의 ‘풀어진 느낌’을 없애기 위해서는 턱시도 재킷이나 정장 스타일의 조끼, H라인 스커트 등 갖춰 입은 듯한 느낌을 주는 아이템과 매치하는 것이 좋다.


파자마 형태의 팬츠를 외출복으로 선택했다면 레이스업 형태의 하이힐이나 메리제인 슈즈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