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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틀녘(6·끝) / 1. 길 / 1645호에 이어 / 신덕재

동틀녘(6·끝)

 

<1645호에 이어>
분이는 자기도 모르게 김철수라는 동무가 인민병원에 구강병원을 차린다는 말에 개정이 나기도 했지만, 옥경이의 배신자적 말이 냉수에 이 부러지고 송편으로 목 따는 것 같이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 더욱 분이의 억분을 쏟게 하고 탱기(?氣)를 뻗치게 했다.


“옥경 동무는 어더케 김철수 동무를 알았어? 옥경 동무, 주체사상이 삭은 거 아냐?”
“내 주체사상이 어데 매서 그래? 금강산 관광특구에 있으니끼, 김철수 동무도 알게 됐고, 관광 총국동무들이 이야기 하니끼, 남조선 치과의사가 온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게 어떳타는 게야! 넌 인민병원에 있으면서 남조선 치과의사가 오는지 가는지 두 모르고 있으니 세상이 어더케 돌아가는지 알기나 하는 게야? 그러면서 내 주체사상이 삭았다고 지껄이니? 정말로 헛튼 수작을 하는 구나야!”
옥경이가 너무 발끈하는 바람에 분이는 대꾸할 엄두도 못 내고, 학춤 추려다 뼈도 못 추린 격으로 무르춤해져서 딴소리로 얼버무려 버렸다.


“남조선 치과의사들이 언제 와 구강병원을 만든다던?”
“인차 올 모양이더라, 김철수 동무와 남조선 치과의사들이 조직하느라 바쁘더라.”
옥경이 말을 들어보면 분이가 끌탕을 할 필요가 없다. 이미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진 다음이니 분이가 속상해 한들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죄는 천도깨비가 짖고 벼락은 고목이 맞는다고 분이가 나댈 일이 아니고 옥경이 처럼 세상 돌아가는 대로 지내는 것이 상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이 주체사상이 삭았느니 녹았느니 볼멘소리를 할 필요가 없다. 분이는 그냥 옥경이 말대로 김철수 동무가 조직하는 대로 두기로 하고 돌아가는 꼴이나 보면 된다. 더 이상 옥경이와 토론할 필요가 없어서 “야 옥경 동무! 비단옷도 한 끼 후라는데 인차 점심이나 먹자야. 내가 쑥버무리 범벅을 가져 왔는데 이당서기와 같이 먹을까?” “쑥버무리 범벅이 어디서 났어? 출출하던 판에 잘 되었다야! 이당서기도 좋아하겠지 뭐.”칼칼하고 성미가 체쟁이 송곳 같은 이당서기를 옥경이가 덴벽에 불렀다.
“이당서기 동무! 분이 동무가 쑥버무리 범벅을 장만한 모양이니 날래 와서 한번 자셔 보시오!”
사실 분이가 가져온 쑥버무리 범벅이 세 명이 먹기에는 부족했다. 다행이 이당서기는 강냉이 개떡을, 옥경이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나 요새 귀한 백분으로 만든 풀빵을 가져왔다. 세 사람이 가져온 것을 펴 놓으니 한 추념이 되었다.


이당서기의 이름은 손준혁이다. 손준혁 이당서기는 강건종합군관학교을 나와 군관 중위로 제대한 당성이 투철한 일꾼이다. 온정리 일대에서 제일의 혁명사상가로 온정리 일대를 지도하고 조직하는 최고의 일꾼이며, 주체사상이 강철 같다. 공산주의 청년핵심이었던 손준혁이가 인민군을 제대한 것은 몸이 성치 못해서였다.


가슴이 답답하고 입맛이 없는 기울(氣鬱)증상과 가끔 음식을 먹은 후 게우는 하격(下隔)증상이 나타났다. 이런 증상이 여름에 더 심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난 여름을 타는 모양이야”라고 이야기 하곤 했다. 게우는 구토증상은 급성위염, 충수염, 위암등 배에 질병이 있거나 폐결핵, 백날기침과 같은 호흡기 질병이 있는 경우에 생기는 증상이다. 손준혁이가 온정리에 왔을 때, 분이가 보기에는 폐결핵 증세 중에서 경한 페음허증에 의한 게우기 증상인 듯 했다. 하여간에 몸이 개운치 못하니 성미가 허더분 하거나 너그럽지 못하고 깔깔하고 해반닥하여 마치 닭 알로 가리를 쌓듯 모든 일에 노심초사하고 모든 일을 깔끔하게 하려고 왼심을 썼다. 아무리 성미가 그렇다 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는 법이다. 손준혁도 어쩔 수 없이 군을 제대하고 당에 뒷심을 써서 공기 좋은 금강산 온정리로 와 온정리 이당비서가 됐다. 손준혁이가 왔을 때 분이는 성심성의를 다해 이당비서의 병을 고치려 노력했다.

먼저 기침을 없애기 위해 해표산한지해(解表散寒止咳)법으로 금비초산이나 화개산을 물에 달여 끼니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