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지 그 처녀
산 넘어 산, 다시 고개 넘으며
티끌들 모두 구름 속에 묻고
아우라지 그 맑고 순한 물에
마음까지 씻어 햇볕에 가다듬는다
사랑의 얘기에 끌린 내 발걸음
장마 끝 송천의 물살 거세어져
돌날에 발등 부딪혀 피 흘려도
어찌 헛되이 속세로 돌려 놓으랴
뗏목 저어 오는 연인을 기다리다
깊은 여울에 몸 던진 그날의 그 처녀
고샅길 돌아 바다에서 만난 두 넋
물너울로 아직도 춤을 추고 있다
그녀 닮은 고운 돌들은 널브러져 뽐내
낯선 나그네들의 걸음을 더러 쉬게 한다
물 건너 처녀상을 말벌이 지키고 있어
내 알몸을 좀체 허락하지 않더라